[유영설 목사의 시편] 곡선과 각의 조화로 보는 아름다움

입력 2014-04-09 02:46


나는 곡선과 각(角)이 조화를 이룬 건축물의 아름다움을 관찰하기를 좋아한다. 그중에 한옥은 곡선과 각이 이상적으로 조화를 이룬 건물이라고 생각된다. 한옥은 곡선미가 넘치거나 모자라지 않아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한다. 용마루와 추녀의 서까래, 배흘림기둥은 한옥의 대표적인 곡선미를 나타낸다. 그 외에도 한복의 곡선, 논두렁이나 밭두렁의 곡선, 조상의 산소도 곡선이다. 이처럼 곡선의 문화에 나타난 아름다움이 한국인의 심성이다.

한옥에 대해 잘 모르지만 곡선미가 가장 중요한 특징이라 생각된다. 한옥의 용마루와 처마의 서까래가 나타내는 곡선에서 도편수(都遍首)와 목수들의 장인정신을 본다. 용마루와 추녀의 서까래를 곡선이 되게 하려면 서까래의 높이를 모두 서로 다르게 놓아야 한다. 이런 곡선미는 장인(匠人)의 성실과 정성이 없으면 나타낼 수 없다. 한옥의 곡선에는 부드러움과 온유함이 있어 그 집에 사는 사람이나 보는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한다.

한옥에는 곡선만 있는 것이 아니다. 못을 사용하지 않고 목재를 끼워 맞춰 만들어낸 각이 있다. 보와 문(門)의 창살에는 곡선을 만드는 것처럼 성실과 정성이 없으면 해낼 수 없는 각이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한옥의 각에서 고상한 기품을 느낀다. 한옥은 곡선의 부드러움과 각에서 느끼는 선비정신이 함께 조화를 이룬 건축물이라 생각된다.

현대 한국의 건축물에서는 곡선과 각이 조화를 이룬 아름다움을 찾아보기 어렵다. 건축물에 관념이나 사상을 담아낸 상징(Symbol)도 없다. 전국 어디를 가더라도 똑같은 구조와 모양의 시멘트 건물을 볼 뿐이다. 이것은 건축비 때문일 수도 있지만 곡선과 각의 조화를 통해 아름다움을 나타내려는 성실과 정성이 없기 때문이다.

미켈란젤로(Michelangelo)는 로마의 성 베드로 성당 천장벽화를 그리는 데 무려 4년이 걸렸다고 한다. 천장에 매달려 그림을 그리느라 몸의 모양이 변형될 정도였다. 그는 일을 위해 살았던 열정의 사람이었다. 미켈란젤로야말로 진정한 장인으로서 성실과 정성이 있었기에 인류역사에 길이 남을 아름다운 예술품을 만들 수 있었다. 오히려 4년여 동안 자신도 모르게 변형된 미켈란젤로의 몸이 성실과 정성이 담긴 예술품이었다.

곡선과 각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곳에는 아름다움이 있다. 아름다움은 성실과 정성에서 나온다. 이런 면에서 곡선과 각의 조화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곡선과 각은 서로 다른 모양의 도형이다. 그러나 곡선의 부드러움과 각에서 보는 정확함이 조화를 이루어야 아름답다. 하나님은 자신이 창조하신 일에 대해 의심하지 않고 “아주 좋았다”고 말씀하셨다. 그렇다면 내가 한 일도 성실과 정성이 담겨 있어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는지 자신에게 물어보자.

<여주 중앙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