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년 만에 집에 도착한 병속의 편지… 지 받은 외손녀 “믿을 수 없어…”
입력 2014-04-09 03:05
독일에서 우편엽서를 담아 바다에 던진 병이 101년 만에 발견됐다. 병에 담긴 편지로는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추정된다.
함부르크 국제해양박물관 관계자는 7일(현지시간) “한 어부가 지난달 북부 도시 킬 앞 발트해상에서 갈겨 쓴 메시지가 담긴 맥주병을 건져냈다”며 “이렇게 오래된 메시지가 담긴 병이 온전한 모습으로 발견되긴 처음”이라고 AFP통신에 설명했다.
갈색 맥주병에 담긴 엽서는 오랜 시간 바다를 표류하며 습기에 옅어진 탓에 내용 상당부분이 읽기 어려운 상태였다. 연구진은 엽서에 적힌 주소와 필적을 토대로 1913년 20세였던 리하르트 플라츠라는 남성이 발신자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플라츠는 환경평가단과 여행 중이었다.
엽서에는 병을 발견하면 베를린에 있는 그의 집 주소로 보내 달라는 요청이 함께 적혀 있었다. 플라츠는 46년 숨졌다.
연구진은 족보를 추적해 베를린에 사는 플라츠의 외손녀 앙겔라 에르드만(62)을 찾아냈다. 지난주 함부르크의 박물관에서 엽서를 처음 받아 본 에르드만은 “좀처럼 믿을 수 없는 일”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그전에 전혀 알지 못한 외할아버지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아보려고 가족 스크랩북을 뒤져 봤다고 했다. 플라츠는 사회민주당 당원이었고 독서를 즐기던 사람이었다.
박물관은 병과 엽서를 다음 달 1일까지 전시해 일반에 공개한 뒤 전문가들을 동원해 해독이 안 된 부분을 판독할 계획이다. 현재 기네스북에 올라 있는 가장 오래된 병 엽서는 1914년 바다에 던져진 뒤 약 98년 만에 발견된 것이었다. 작성 시기로 보더라도 플라츠의 엽서가 1년 이르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