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이정명, 런던 세실코트 서점서 ‘별을 스치는 바람’ 특별한 사인회
입력 2014-04-09 02:52
영국 런던의 번화가 레스터스퀘어 뒤편의 세실코트는 유서 깊은 헌책방 거리다. 17세기 셰익스피어 시대의 책부터 ‘피터래빗’ 등 대표적인 그림책, 해리포터 시리즈에 이르기까지 영국은 물론 세상을 반하게 만들었던 온갖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세실코트 초입에 자리한 골즈버러(Goldsboro) 서점에서 7일(현지시간) ‘뿌리깊은 나무’ ‘바람의 화원’ 등으로 인기를 얻은 한국 작가 이정명(49)의 사인회가 열렸다. 이 서점은 작가의 친필 사인이 담긴 초판본 판매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유명하다. 서점 주인 데이비드 해들리씨는 지난달 27일 영국의 유명 문학출판사 맥밀런이 출간한 ‘별을 스치는 바람’의 영국판 ‘The Investigation’을 보고 작품이 매우 아름다운 현대적인 고전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해 이 작가에게 사인회를 요청했다고 한다. 이 작가는 30분 넘게 혼자 책상에 앉아 서점 직원이 건네주는 초판 250권에 일일이 사인을 했다.
2012년 국내 출간된 책은 시인 윤동주가 일본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옥사하기 전까지의 알려지지 않은 수감생활에 작가가 상상력을 더해 만들어낸 미스터리 팩션이다. 줄거리는 형무소에서 악명 높던 간수 스기야마 도잔이 살해되고, 학도병 출신의 어린 간수 와타나베 유이치가 그 사건을 풀어나가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수감자들의 편지를 검열하던 스기야마가 윤동주의 글과 시를 읽으며 변화하는 모습이 흥미롭게 그려진다. 이 작가는 기자와 만나 “소설이 번역된 것도 좋지만 그보다 윤동주 시인의 시가 외국의 독자들과 만날 수 있게 됐다는 점이 더 의미 있고 행복한 일”이라고 말했다. 소설가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를 번역했던 김지영씨가 이 작품을 맡아 윤동주의 시까지 새롭게 공들여 번역했다.
한국에서 책이 나오기도 전에 영국 프랑스 등 해외 5개국에 판권이 수출됐고, 3개국이 더 추가됐다. 이 작가는 “해외 출판사 분들이 수용소라는 비인간적이고 최악의 상황에서도 문학과 예술을 통해 인간성을 잃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이 아름답고 감동적이었다고 하더라”며 “인간의 본성에 대해서는 문화와 상관없이 서로 통하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런던도서전의 공식 행사는 아니지만 8일(현지시간) 얼스코트 전시장에서 맥밀런 출판사 주최로 한국의 에이전트인 KL매니지먼트와 미국 에이전트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가진다. 이어 10일 프랑스로 건너가 프랑스어판 출간 기념행사에 참여할 예정이다.
런던=글·사진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