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카페] 직원 급여 싹둑 자른 증권사, 임원 연봉 쑥

입력 2014-04-09 02:35


극심한 불황을 견디기 위해 구조조정과 직원 급여 감축에 골몰했던 증권사들이 임원 보수는 큰 폭으로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회사는 적자여도 5억원 이상 고액 연봉을 받은 임원도 많았다. 적자경영 책임은 말단에서 지고, 직원과 점포를 줄인 대가로 경영진만 살찌우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서 자산순위 상위 증권사 20곳 중 관련 자료가 확보된 19곳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금융투자업계가 지난해(4∼12월) 직원들에게 지급한 평균 급여는 전년 동기보다 2.7% 줄었다. 2012년 5499만원이던 증권맨들의 평균 급여는 지난해 5400만원이 됐다. 삼성증권(27.5%), NH농협증권(25.4%), KB투자증권(12.1%) 등에서 급여 감소율이 컸다.

반면 같은 기간 등기임원 1명에게 지급된 연봉은 4억3900만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억800만원(32.0%) 급증했다. 메리츠종합금융증권(218.9%), HMC투자증권(133.9%), 신한금융투자(104.4%)에 재직하는 임원들의 연봉이 크게 뛰었다.

등기임원에게 5억원 이상의 고액 보수를 지급한 증권사는 19곳 중 14곳이었다. 하지만 의외로 적은 수치라는 평가가 많다. 증권사들의 결산시기가 3월에서 12월로 바뀌며 이번 사업보고서에서는 9개월 분만 반영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희망퇴직 논란에 휩싸인 삼성증권에서는 김석 대표이사가 지난해 16억7200만원을 받았다. 불완전판매 논란 속에 직원들이 대거 사표를 낸 동양증권에서는 현재현 회장이 6개월 급여만으로 7억3300만원을 챙겼다. HMC투자증권 제갈걸 전 대표는 적자 전환에도 불구하고 19억8500만원을 받아 업계에서 가장 높은 연봉을 기록했다.

한 증권사 직원은 “1년 새 증권맨이 2000명 넘게 줄었다”며 “불황에 허리띠를 졸라맬 책임은 임원이 아닌 직원들에게만 있다”고 한탄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