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아웃] 특급 용병 실종 K리그 수준 하락·흥행에 찬물?

입력 2014-04-09 02:34

올해 프로야구는 외국인 선수들의 ‘잔치’가 될 전망이다. 투타 모두 놀라운 활약을 펼치며 흥행의 기폭제가 되고 있다. 반면 프로축구에선 걸출한 외국인 스타가 보이지 않는다. 재정이 어려운 구단들이 특급 용병을 사오는데 돈을 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외풍’이 약해진 무대는 국내 유망주들에게 자신의 기량을 뽐낼 기회가 되고 있다.

서울의 공격수였던 데얀은 지난 시즌까지 3년 연속 득점왕에 올랐다. 서울의 몰리나와 전북 현대의 레오나르도는 지난 시즌 각각 도움 1, 2위를 기록했다. 데얀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중국으로 떠났고, 시장에 나왔던 몰리나는 새 팀을 구하지 못해 어정쩡한 상황이다.

이번 시즌 K리그 클래식에서 득점 10위에 이름을 올린 외국인 선수는 레오나르도(2골·5위)뿐이다. 도움 10위에 랭크된 외국인 선수는 아무도 없다. 새로 영입된 외국인 선수 중 스토야노비치(30·경남), 바우지비아(22·성남), 카이오(27·전북) 등 세 명만 마수걸이 골을 맛봤다. 이처럼 외국인 선수들의 수준이 떨어지자 일부에선 “K리그 전체의 질이 떨어지고 흥행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그러나 특급 용병이 눈에 띄지 않자 유망주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건 의외의 소득이다. ‘토종 군단’ 포항 스틸러스의 2년차 신예 공격수 김승대(23)는 시즌 2골을 터뜨리며 맹활약하고 있다. 안용우(23·전남)와 이창민(20·경남)은 나란히 도움을 2개씩 기록했다. 이재성(22)은 ‘신인의 무덤’이라는 전북에서 주전으로 뛰고 있다.

지난 시즌 포항은 외국인 선수 없이 K리그 클래식과 FA컵 정상에 올랐다. 지난 10년 동안 20억원씩 200억원이 넘는 돈을 유스팀에 투자한 결과였다. 포항의 성공 사례에 자극을 받은 구단들은 유스팀 투자를 대폭 늘렸다. 구단들은 이번 기회에 특급 외국인 선수만 바라볼 게 아니라 유망주들을 잘 키워 내다 파는 데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유럽 빅리그에 선수들을 공급하는 네덜란드나 벨기에가 그런 사례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