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카페] “배고파 못 살겠다” 뿔난 주유소업계
입력 2014-04-09 02:32
“주유소를 운영하면 ‘지역 유지’라는 말은 옛말이다. 지금은 온 가족이 매달려도 겨우 생계를 유지할 정도로 열악한 곳이 대부분이다.”
주유소업계가 폭발 직전이다. 거리제한과 가격고시제 등이 폐지되면서 무한경쟁 체제로 내몰렸는데 정부가 알뜰주유소를 확대하면서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는 것도 어렵게 됐다고 비난하고 있다.
주유소 경영 상황은 얼마나 나쁜 걸까. 한국주유소협회가 지난해 말 기준 전국 2704개 주유소를 대상으로 실태 조사했더니 주유소당 연간 영업이익이 평균 3800여만원에 불과하다. 대기업의 대졸 신입사원 평균 연봉 3712만원(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지난해 조사한 수치)과 차이가 나지 않는다. 연간 매출액은 평균 37억4100만원이지만 매출원가(35억1700여만원), 영업비용(1억8500여만원)을 빼면 손에 남는 게 거의 없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이 1%에 그친다.
영업시간과 종업원 근로환경은 더 열악하다. 주유소의 85.9%는 월평균 30일 영업한다. 하루 평균 영업시간은 12시간 이상∼18시간 미만인 곳이 64.4%에 달했다.
상시 근로자 수는 1∼2명인 곳이 52.5%로 가장 많았고 상당수 주유소(73.7%)는 부족한 인력을 충당하기 위해 1∼2명의 임시직을 고용했다. 종업원의 52.5%가 1년을 못 채우고 퇴사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식구들을 동원해 무급으로 일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전체 주유소의 93.8%는 무급 가족 종사자를 1∼2명씩 두고 있다고 답했다.
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정부가 알뜰주유소로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고 주간거래상황 보고 등 규제만 강화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주유소 사업자 1500여명은 8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석유유통시장 정상화 촉구 궐기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주유소 거래상황기록부 주간보고 철회, 정부의 석유유통시장 개입 중단을 요구했다.
그러나 알뜰주유소가 긍정적 효과를 거둔 측면도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주유소 간 경쟁으로 가격인하라는 열매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