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랑스 ‘궁중채화’ 동시 감상… 국립고궁박물관서 5월 25일까지 전시

입력 2014-04-09 03:49


한국과 프랑스의 궁중채화(宮中綵花)를 동시에 볼 수 있는 전시가 서울 경복궁 내 국립고궁박물관 2층 기획전시실에서 5월 25일까지 열린다. 궁중채화는 궁궐의 주요 연희나 의례 때 사용하던 가짜 꽃(조화)을 말한다. ‘아름다운 궁중채화’라는 타이틀의 전시에는 궁중채화(중요무형문화재 제124호) 기능보유자인 황수로(79·동국대 석좌교수) 박사가 복원한 조선왕조 채화와 프랑스 궁중 비단꽃을 4대째 제작해온 르제롱 가문의 후손 브루노 르제롱 장인이 만든 명품 꽃 장식을 선보인다.

조선시대 임금이나 왕비의 생일잔치 등에는 살아있는 꽃을 꺾지 않고 직접 만들어 장식했다. 전시장에는 순조(1790∼1834) 즉위 30년과 40세 생신을 기념해 1829년 창경궁에서 성대하게 열린 잔치를 재현해 놓았다. 이화여대 가정학과를 나와 60년 넘게 궁중채화 작업을 해온 황 박사는 “장수·건강·화목 등을 상징하는 궁중채화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이라며 “2004년 덕수궁 중화전 야외 전시 때는 벌과 나비가 날아들 정도였다”고 소개했다. 궁중채화는 모란·매화 등의 꽃과 나비·무당벌레 등의 곤충 모양으로 구성된다. 꽃잎은 비단에 송홧가루 등 천연염료를 칠하고 곤충은 꿀을 이용해 만드는데, 실제 꽃으로 착각할 만큼 정교하다. 내명부와 외명부가 다 같이 참석해 밤중에 벌였다는 호화 잔치인 ‘야진찬(夜進饌)’의 상차림도 볼 수 있다. 19세기부터 궁중 비단꽃을 제작하고 있는 르제롱 가문의 작품은 드레스와 모자 등 명품 패션 장식으로 활용되고 있다. 디올, 꾸레주, 웅가로 등 세계적인 브랜드의 패션쇼 등에서 선보인 작품이 이번에 출품됐다. 무료 관람(02-3701-7500).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