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월드컵 우승 후보는…” 펠레의 ‘저주’ 또 시작?

입력 2014-04-09 03:51


[친절한 쿡기자] 2014년 브라질월드컵 개막을 두 달여 앞두고 ‘축구 황제’ 펠레(74·브라질)가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펠레는 지난 4일 미국 뉴욕에서 월드컵 우승후보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독일과 스페인을 지목했습니다. 이탈리아 우루과이 아르헨티나를 주목할 국가로 언급하면서 “브라질의 6번째 타이틀을 염원한다”는 기대도 밝혔죠. 잉글랜드와 프랑스를 제외하고 역대 월드컵 우승국들을 모두 나열했지만 펠레가 자신 있게 앞세운 우승후보는 독일과 스페인이었습니다.

그런데 어째서일까요. SNS에는 “발언을 취소하라” “어째서 우리인가” “용서해 달라”는 독일과 스페인 네티즌의 성토가 8일까지 쏟아졌습니다. 세계 축구계에서 가장 악명이 높은 징크스인 ‘펠레의 저주’가 빚어낸 반응이었죠.

지난해 12월 7일 브라질 코스타 도 사우이페에서 열린 월드컵 조 추첨식에서도 그랬습니다. 진행자로부터 우승후보에 대한 질문을 받은 펠레가 ‘브라질의 결승 진출’을 예상하자 SNS에서는 브라질의 탄식과 나머지 본선 진출 31개국의 환호가 엇갈렸습니다.

펠레는 세계 축구계에서 유일하게 ‘황제’ 칭호를 얻은 슈퍼스타입니다. 하지만 월드컵의 판세를 내다보는 통찰력은 명성을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펠레의 우승국 전망은 단순히 적중하지 않는 수준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반세기 가까이 거의 모든 대회에서 펠레로부터 지목을 받은 국가는 조기 탈락하거나 사건에 휘말렸죠. 1994년 미국월드컵에서는 콜롬비아가 16강 진출에 실패하고 자책골을 넣은 수비수 안드레스 에스코바르가 총격으로 목숨을 잃는 사건까지 벌어졌습니다. ‘저주’라는 무시무시한 오명이 그냥 나온 게 아닙니다.

펠레는 독일과 스페인을 우승후보로 전망하면서 유럽의 우세를 예상했습니다. 독일과 스페인이 우승을 놓치면 또 한 번 빗나간 예상으로 기록될 겁니다. 안방에서는 한 번도 월드컵의 정상을 유럽에 내주지 않은 남미의 입장에서는 펠레의 예상이 적중하면 재앙입니다. 결과가 어떻든 ‘펠레의 저주’로 남을 겁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