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자심리상담연구소 이경자 소장 “자녀가 하고 싶은 말 들어주면 자녀가 행복”
입력 2014-04-09 02:11
“행복한 아이로 키우세요. 그러면 학교 폭력도 해결됩니다. ”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본사에서 지난 5일 만난 이경자심리상담연구소 이경자(사진) 소장은 온 나라가 나서도 사그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학교폭력에 대해 이런 의외의 해결책을 내놓았다. 아이가 행복하지 않길 바라는 부모가 어디 있겠나! 잘못 짚었다 싶은데, 이씨는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대부분의 부모는 자녀가 공부를 잘해 좋은 대학을 가게 되면 행복해질 것으로 여겨 닦달할 뿐 자녀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듣고 싶어 하지도 않지요.”
부모들이 입을 꼭 다문 아이들 때문에 얼마나 속상해하는데, 부모가 아이들 말을 듣지도 않는다니 믿기 어렵다고자 하자 이 소장은 자신의 경험을 들려 주었다. 2009년부터 3년간 경기도 용인 교육지원청 We센터에서 특수상담사로 활동하면서 그가 만났던 피해 또는 가해 학생들은 한결같이 “지금까지 자기 얘기를 들어 준 사람이 없었다”며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곤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가 말하지 못한 마음을 들어주는 법을 부모와 교사들에게 알려 주고 싶어 책도 냈다. 지난 3월 출판한 ‘아이의 엉킨 마음을 풀어주는 법’(아우름)이 그것이다.
“부모들은 듣고 싶은 이야기만 듣습니다. 아이들이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듣지 않아요.”
이 소장은 아이들은 부모에게 끊임없이 ‘힘들다’는 신호를 보내지만 부모가 알아차리지 못한다며 안타까워했다. 문을 ‘꽝’ 닫고 들어가는 것조차 심리적으로 위기에 처했음을 드러내는 것이란다. 이럴 때 “버릇없다”고 몰아치면 마음의 문까지 닫아버린다고. 이런 상황일수록 아이가 왜 그러는지 그 속내를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이들이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할 때는 분명히 이유가 있게 마련이거든요. 아이한테 그 이유가 뭔지 물어봐 주세요.”
이 소장은 큰 소리로 아이를 자주 야단을 치는 부모라면 한번 그 소리를 녹음해 들어볼 것을 권했다. 예상 이상의 독설이 담겨 있어 부모 자신도 놀랄 것이란다. 부모가 잘못했음을 알게 됐을 때는 반드시 “엄마(또는 아빠)도 힘들어서 그랬다. 미안하다”고 사과를 한 다음 자녀를 사랑한다는 걸 확인시켜 주라고 했다. 이 소장은 “부모가 행복해져야 자녀도 행복해진다”면서 자식이 변하길 바란다면 부모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정에서 충분한 지지와 사랑을 받지 못하고 비난만 받으면 아이들은 집 밖에서 자기보다 약한 대상에게 화풀이를 합니다. 그것이 바로 학교 폭력이지요.” 이 소장은 부모가 좋은 대학이 아니라 자녀의 행복을 목표로 삼고 진정한 사랑과 격려를 주면 자존감 높은 아이로 자라 타인과도 행복한 관계를 맺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림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