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위기에 직면한 ‘안철수 새정치’

입력 2014-04-09 02:51

중요 고비에서 또 후퇴, 그러나 수습책 될 수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가 당원투표와 국민여론조사로 기초선거 공천 여부를 최종 결정키로 한 것은 궁여지책이라고 본다. 새누리당이 공천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당내 강경파들이 공천을 강력히 요구하는 상황에서 지도부가 무공천을 밀어붙이는 데 어려움을 느꼈을 것이다.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명분과 실리의 선택권을 당원과 국민에게 맡기는 형식으로 무공천 논란의 출구를 마련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안 대표의 새정치 이미지는 훼손이 불가피해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과 정면승부를 걸었던 무공천 관철 입장에서 발을 뺌에 따라 “또 후퇴했다”는 비판을 받게 됐다. 대선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갑작스럽게 출마 포기를 선언했고, 100년 정당을 공언했던 독자신당 창당을 접은데 이어 세 번째 ‘회군’인 셈이다. 새정치의 핵심 아이콘인 약속과 신뢰의 정치와는 거리가 먼 결정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안 대표가 기초선거 무공천을 통합신당 창당의 최대 명분으로 내세운 것부터 잘못이었다. 여야의 공통된 대선공약이긴 하지만 반드시 지켜야 할 지고지선의 가치는 아니라는 게 일반적인 여론이었기 때문이다. 창당 선언 당시에 이미 새누리당은 공천 방침을 확정했기 때문에 관철할 수 있을지에 대한 판단을 함께 했어야 했다. 새누리당이 꿈쩍도 하지 않자 박 대통령을 걸고 넘어졌지만 그것 또한 역부족이었다.

안 대표에게 무공천이 그렇게 중요하다면 당내 공천론자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하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했다. 하지만 외부의 적과 싸우느라 내부를 단속하는 데는 소홀했다. 대통령과의 회동 불가가 확인된 지 만 하루도 되기 전에 출구전략을 발표한 것은 애초부터 정면돌파 의지가 있었는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실제로 당내에서 독자적인 ‘무공천 선거’에 뜻을 모으는 노력이 전무했다.

공천 여부를 결정하면서 국민여론조사 결과를 반영하겠다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는다. 당의 대표가 최고위원회의나 의원총회에서 중요한 결정을 하기 어렵다면 당원에게 의견을 물을 수는 있다. 하지만 국민에게 묻는 것은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국민 전체에 떠넘기겠다는 의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 만약 국민이 공천을 하라고 하면 국민이 새정치를 원하지 않는다고 비난할 셈인가.

새정치연합의 결정이 탐탁지 않긴 하지만 외통수의 길로 들어선 이상 당원과 국민의 뜻에 따라야 한다. 공천을 하라는 의견이 높게 나오면 미련 없이 공천을 하고, 하지 말라는 의견이 높게 나오면 죽을 수도 있다는 각오로 선거에 임해야 한다. 만약 무공천으로 결정된다 하더라도 국민이 그런 점을 감안해서 권리 행사를 할 것이다. 당원투표와 여론조사 결과에 따른 책임론이 제기될 수도 있겠지만 큰 선거를 앞두고 제1야당이 흔들리는 것은 국민이 원하지 않는다. 더구나 건전한 야당의 존재감은 그 자체가 민주주의 국가에서 필수불가결한 요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