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임기응변·천수답型 대책으론 北 도발 못 막아

입력 2014-04-09 02:41

북한 무인기 사태는 우리 국방의 민낯을 제대로 보여줬다. 김정은은 지난해 3월 20일 초정밀 무인 타격기 훈련을 지도하며 남쪽의 대상물을 타격할 수 있도록 좌표를 입력시켜 놓으라고 공개적으로 지시했다. 국방을 업으로 하는 군인이라면 그냥 지나칠 일은 아니었건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던 것이다.

비단 이번 무인기 사태뿐 아니라 우리 군은 북의 대남 도발 때마다 임기응변식으로 얼버무리며 적당히 넘어간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올해만 해도 북한 경비정이 연평도 인근 북방한계선을 침범하고, 단거리 미사일과 로켓을 수시로 발사하는 등 크고 작은 도발을 멈추지 않았다. 그때마다 군당국은 한·미 연합훈련 대비용이라는 등의 말로 무시했다.

무인기 사태에 대한 대통령의 불호령이 떨어지자 갑자기 소집된 전군지휘관회의에서도 말의 성찬만 벌어졌다. 이런 임기응변식의 단세포적인 처방으로 국민들의 신뢰를 되찾기는 힘들다. 가장 기초적인 북의 무인기 보유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저고도 탐지레이더를 구입하겠다며 법석을 떠는 것은 무책임의 극치다. 평상시에는 아무 일 없다는 듯 태평스럽다가 북의 비대칭 전력에 혼쭐이 난 뒤 우왕좌왕하는 이런 천수답식 대책으로는 안보쪽박을 면하기 어렵다.

산악지형이 많은 우리나라의 경우 정규전보다 비정규전인 게릴라전 형태로 전투가 일어날 가능성이 많아 기동성과 보급로 확보가 중요하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특히 대칭전력에서 열등한 북한이 핵무기, 생화학무기, 탄도미사일, 장사정포, 특수부대, 무인기 등 비대칭 전력을 집중적으로 키워 온 것은 군이 더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도 산삼 캐는 심마니가 추락한 무인기를 발견하기까지 동해안 침투 사실을 몰랐다는 것을 국민들이 어떻게 납득하겠는가.

북의 무인기 대응에는 소홀하면서 고가의 최신형 전투기를 구입하고 대양해군 운운하면서 항공모함을 가져야 한다는 등의 발상은 이제 접어야 한다.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IT강국에서 저고도 비행 물체 하나 감지하는 장치를 개발하지 못한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지 반성해야 한다. 휴전선 바로 밑 주요 고지마다 첨단 레이더망을 갖추고서도 하늘이 뚫렸다는 것은 정신을 차리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육군참모총장까지 역임한 우리 안보의 핵심 인사들이 이번 사태를 결코 가벼이 보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 또 무인기 사태로 우리 내부 간 갈등을 빚는 것이 북한의 심리전에 말려드는 것일 수도 있다. 이제는 일회성에 그치지 말고 하나부터 열까지 체계적으로 북의 도발에 대비하는 지혜를 발휘하기 바란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예상가능한 모든 형태의 북의 도발에 완벽하게 대비하는 것만이 실추된 군의 명예를 회복하는 첩경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