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박정수] 규제 생성의 고리를 끊어라
입력 2014-04-09 02:39
요즘 북한이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무인항공기들로 인해 온 나라가 시끄럽다. 이에 대해 지난 4일 국토해양부는 무인항공기 신고기준 강화, 비행금지구역 처벌 강화 등 안전관리제도를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대책을 고려한다고 한다. 여러 대책 중 하나라고 보이지만 과연 이러한 규제 강화가 꼭 필요한 것인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 불확실하다. 이렇듯 어떤 문제나 사고가 발생하면 늘 언론은 정부의 관리감독 소홀을 지적하면서 신속한 대책을 주문하고 정부는 새로운 규제를 만들거나 기존 규제를 강화하는 대책을 마련하여 문제를 해결해 주는 유능한 능력(?)을 보여주어 국민의 불안감과 갈증을 해소시켜 준다.
규제는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생명을 가진 유기체처럼 자연스럽게 증가해 가는 속성이 있다. 더 나아가 한번 생성된 규제는 그 규제로 파생된 이해관계자들이 발생하기 때문에 다시 되돌리는 것은 매우 어렵게 된다. 국무조정실이 집계한 규제가 2002년에 7128건에서 2013년 1만5269건으로 늘어난 상황에서 볼 수 있듯이 규제는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정부가 새로운 정책방향을 제시할 때마다, 또 어떠한 사건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크고 작은 새로운 규제가 탄생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때 언론 입장에서는 더욱더 정부를 비판하고 ‘규제 감독의 사각지대’를 없애는 개입을 촉구하는 방법으로 손쉽게 독자들로부터 지지를 받을 유인이 있고, 공무원들은 새로운 법과 시행령을 제정하여 유능함을 인정받는 동시에 부처의 권한과 예산을 확대시킬 수 있는 유인이 존재하며, 정치인들 또한 규제 강화의 법 제정으로 국민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 주어 표를 얻는 대중영합의 유인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처럼 규제를 둘러싼 모든 이들의 유인은 규제 강화에 있고 그 결과로 규제는 잡초같이 자라난다. 여기에서 패자는 규제의 덫에 걸려 권리와 자유를 제한받고 서서히 국민경제 성장의 뿌리가 말라가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하고 있는 국민들일 것이다.
지난 2월에 발표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한 기둥인 규제개혁에 대해서 현재 대통령과 우리 정부가 온 힘을 쏟고 있음이 확인되고 있고 이는 국민들로부터 큰 공감을 얻고 있다. 그동안 국민들은 역대정부들의 규제개혁 시도가 대부분 실패로 돌아간 점들을 기억하기 때문에 현재의 상황을 희망적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과연 앞으로 현 대통령의 관심이 다른 곳으로 향할 때나 또는 다음 정권에서도 이러한 규제 완화의 힘이 작동할 것인가이다. 현재 정부가 고려하고 있는 규제비용총량제나 독립적인 규제비용 전문위원회 설치는 규제 생성의 유인이 존재하는 현실적인 상황을 염두에 두고 이를 제어하는 장치를 도입하는 것이므로 적절하고 바람직하다고 본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규제 생성의 고리를 원천적으로 끊는 방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이번 규제개혁은 일회성으로 끝날 위험이 크다.
그렇다면 규제생성의 고리를 어떻게 끊을 것인가. 우선 규제 생산에 참여하는 자들을 제어할 장치를 생각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정부 관료들의 인사평가에 있어서 새로운 규제나 규제 강화가 아닌 보다 창의적인 방법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한 부분을 높게 평가하는 인사체계를 고안하는 한편, 정부의 정책 및 시행령 제정의 투명성을 제고해야 할 것이다. 언론은 사고나 문제 발생 시 규제 양산을 촉구하는 기사를 자제하고 인프라 보강이나 유인체계 개선과 같은 규제 이외의 근본적인 대책들을 고민하고 지적해야 한다. 더 나아가 각 정부부처와 개별 국회의원들의 규제강화 움직임을 매년 평가하는 체계를 만들어 공개하는 방식으로 규제의 파수꾼이 되는 것이 어떨까 생각한다. 규제 양산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정치권에서는 포퓰리즘을 극복하고 장기적 비전에 따라 국가를 생각하는 책임 있는 리더들이 주류로 등장해야 한다.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므로 인내와 지속성을 바탕으로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박정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