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 지구대에서 무술대결 벌인 승려들
입력 2014-04-08 11:20
[쿠기 사회] 광주 동부경찰서의 한 지구대에서 술에 취한 승려들이 무술대결을 벌이는 장면이 인터넷에 올라 쓴웃음을 짓게 하고 있다.
광주동부경찰서는 7일 경찰서 페이스북에 ‘소림사 18동인 지구대를 접수하다’ 라는 제목의 글과 사진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지구대 경찰관의 휴대전화로 촬영한 이 게시물은 “지난 4일 재물손괴 및 무전취식으로 체포된 범상치 않은 두 승려가 ‘니들이 내 춤사위와 술주정의 깊은 뜻을 어찌 알리오’라며 지구대에서 소림무술 대련을 펼치고 있다”는 글과 두 승려의 당시 행동을 찍은 사진이다.
사진 속에는 만취한 두 승려가 무술로 대결하려는 자세를 취하는 장면과 이를 보며 웃는 3명의 경찰관 모습이 담겨 있다. 문제의 게시물은 인터넷에 올라온 뒤 누리꾼들에 의해 곧바로 사방으로 퍼졌다. 관련 댓글도 수십개가 붙었다. 경찰은 게시물에 두 승려에 대해 ‘취권인지, 소림권법인지, 도통 알 수는 없지만 두 승려를 보아하니 아직 하산하기엔 이르신 것 같습니다’는 글을 덧붙였다.
이에 대해 술에 취한 승려들의 ‘실수’를 공권력의 상징인 경찰관들이 찍어 인터넷에 올리는 게 적절했느냐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이 지구대 내에서 만취한 노령의 승려들을 고스란히 찍은 뒤 인터넷에 올려 희화화하고 ‘동물원 원숭이’처럼 구경거리로 만들어 인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직원의 의욕이 지나쳤다”며 “인권을 침해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지구대에서 다툼을 벌인 2명의 노인은 지난 4일 밤 9시30분쯤 광주 동구 한 음식점에서 술을 마신 뒤 집기를 파손한 혐의 등으로 경찰에 입건됐다.
광주=국민일보 쿠키뉴스 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