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거주 고려인 동포들 의사소통 안돼 상처 받은 마음 위로하며 한국어 가르쳐”

입력 2014-04-08 02:35

주말 한국어 교실 운영하는 권익위 김준태 조사관

“한국어가 능숙하지 못해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병원이나 시장조차 이용하지 못하는 고려인들의 모습이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국가권익위원회 김준태(50) 조사관은 매주 토요일 서울 중구 광희동 주민센터로 출근한다. 자원봉사자 10명과 함께 외국인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주말 한국어 교실’의 문을 열기 위해서다.

출입국사무소와 통계청·권익위에서 20여년 공무원으로 일해온 김씨가 고려인 동포에게 관심을 갖게 된 건 한 토론회에 참석해 고국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고려인들의 처지를 알게 되면서부터다. 구 소련 해체 등으로 이주가 잦았던 고려인은 자연스레 한국어를 접할 기회를 잃었다. 어렵게 고국에 들어온 이들도 자녀가 아플 때 의사소통이 안돼 병원에 데려가지 못하는 등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도 생계를 위해 일하느라 시간을 낼 수 없는 고려인들의 처지가 마음에 걸린 김씨는 올해 1월 초부터 자원봉사자를 모집해 2월 8일 주말 한국어 교실의 문을 열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한글 초·중급 9개 반 수업을 진행한다. 장소가 협소해 주민센터 3층과 5층에 마련된 수업 공간을 오르내리다 보면 주말 하루가 훌쩍 가버린다. 그래도 인근 러시아타운에 입소문이 나면서 학생이 한 달여 만에 60여명에서 90여명으로 크게 늘었다.

김씨는 “고려인을 위한 한국어 교실이 지속적으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자원봉사자 지원이 필요하다”며 “교실을 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을 자원봉사자들이 모두 감당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 달에 한 번은 야외수업을 진행해 고국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고국에 들어와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해줄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현재 김씨는 권익위에서 국내 거주 외국인들의 고충 처리 업무를 맡고 있다. 동포들을 지원하는 민간단체 동북아평화연대의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박요진 기자 tru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