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주요국 대사에게 듣는다 ⑤ 이병기 駐일본 대사] “외교 국장급 협의 위안부 문제로만 시작”

입력 2014-04-08 02:34

이병기 주일대사는 7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 논의를 위한 한·일 외교당국의 국장급 협의에 대해 “위안부 문제로만 일단 시작하려고 한다”며 “거의 약속이 됐다”고 밝혔다. 재외공관장회의 참석차 일시 귀국한 이 대사는 기자들과 만나 “일본 정치지도자들도 속내는 비슷하다. (위안부 문제를) 한번 짚고 넘어가자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사는 이달 중순 국장급 협의가 열릴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결실을 맺도록 할 것”이라며 “일본이 성의를 갖고 나오도록 현지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독도 등 다른 문제도 의제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일본 언론 보도에 대해선 “말장난으로, 한마디 한마디에 너무 예민할 필요는 없다”며 “일본 입장에서는 그 틈에 끼워 넣고 싶은 게 있겠지만 우리가 어떻게 협의를 요리해 나가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다시 할 경우 한·일 정상회담이 더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미국이 (실망스럽다는) 얘기를 했으니까 앞으로 참배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4월 춘계 예대제에는 아베 총리가 공물 봉납 정도 하지 않을까 한다”고 예상했다. 그는 특히 한·일 정상회담을 위한 핵심 포인트에 대해선 “과거사에 대한 일본 측의 성의 있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며 “가장 상징적인 것이 위안부 문제”라고 강조했다.

일본 내 집단적 자위권 추진 논의에 대해선 “그 문제는 조금 지연되고 있고, 일본 여론조사를 보면 집단적 자위권에 대한 반대의견이 더 많다”며 “일본의 목표는 연말까지는 어떻게 해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에 대해서 예민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우리도 안보태세가 돼 있고, 우리 동의 없이 한반도에 오는 것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

내년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는 한·일 관계에 대해선 “지난 50년간의 관계가 1.0시대였다면 내년 한·일 관계 정상화를 시작으로 2.0시대를 새로 만드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양국 관계 안정화의 가장 중요한 바탕은 신뢰”라며 “최근 고노담화를 수정하지 않겠다는 아베 총리의 약속은 종전에 비해서는 긍정적이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