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강심장이 연재를 시상대 맨 위에 세웠다
입력 2014-04-08 02:14
월드컵시리즈 4관왕 비결
연약하고 앳된 소녀티를 벗지 못하던 손연재(20·연세대)가 완숙한 여성미를 갖추고 한국 리듬체조 역사에 길이 빛날 이정표를 세웠다.
손연재는 7일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국제체조연맹(FIG) 리듬체조 월드컵 종목별 결선 볼·곤봉·리본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며 4관왕을 달성했다. 전날에는 개인종합에서는 금메달을 따는 쾌거를 이룩했다.
4관왕 비결은 매우 간단하면서도 어려웠다. 우선 체중은 줄이고 근육량을 최대한 늘렸다. 음악과 완벽한 조화를 이룬 표현력, 실수 뒤에 자연스럽게 연기를 이어가는 능청스러움 등이 한층 성숙한 연기를 만들어냈다.
지난 10여년 동안 손연재의 모습을 옆에서 지켜봤다는 이연숙 대한체조협회 경기력향상위원장은 “올 시즌에는 체력을 올리면서 프로그램 난이도가 한층 높아졌고, 힘 있고 속도가 빠른 연기가 가능해졌다”면서 “리듬체조 선수들은 적당한 체중을 유지하면서 프로그램을 완벽하게 소화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손연재는 실제로 근력을 키운 덕분에 체력이 좋아졌다. 경기 후반부까지 집중력을 유지하며 실수를 줄이는데 성공했으며 큰 실수 없이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반면 실수를 저지른 스타니우타는 개인종합 2위, 티토바는 4위를 기록했다.
손연재는 올 시즌을 앞두고 프로그램 완성도를 높이려고 오로지 연습에만 몰두했다. 최대 목표는 ‘실수를 하지 않기’였다. 이를 위해 지난해 말부터 러시아에서 철저한 자기관리와 강도 높은 훈련에 몰입했다. 얼핏 보면 손연재는 지난 시즌에 비해 살이 쪄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힙과 장단지에서 종아리까지 살집이 붙어보일 뿐이다. ‘가녀린 몸매’를 버리고 근력 강화에 집중한 결과다.
‘연습벌레’ 손연재는 새벽 6시에 일어나 자정까지 10시간이 넘는 강훈련을 지속해왔다. 또 철저하게 탄수화물을 줄이고 과일, 우유 등을 섭취하는 식이요법을 병행해 근력을 강화시켰다. 몸무게는 47∼48㎏을 유지하고 있지만 지방은 빠지고 근육이 늘어 훨씬 파워 넘치는 몸매로 변신했다. 4∼5개월만에 이뤄진 변화다. 정신력도 눈에 띄게 강해졌다. 예전에는 작은 실수에도 무너지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달 독일 슈투트가르트 월드컵 종목별 결선에서도 볼·곤봉 등에서 실수가 잦아 순위가 확 떨어지며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선 실수를 해도 아무렇지 않은 듯 다음 연기로 부드럽게 연결시켰다.
4관왕의 비결은 사실 평범한 곳에 있다. 최고의 힘은 ‘어머니의 밥상’이었다. 손연재는 지난 3년 동안 홀로 전지훈련을 소화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어머니 윤현숙씨가 러시아에서 딸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식단을 직접 챙기고 어렵고 힘들 때마다 딸 곁에서 위로와 용기를 주고 있다.
손연재는 “엄마가 곁에 있어서 좋다. 환경과 체력 조건이 좋은 유럽선수들과 경쟁하기 위해 난도를 높이고 이를 수행하기 위해 훈련량을 많이 늘렸다”면서 “세계대회에서 처음으로 애국가가 울려퍼졌을 때 뭉클하고 행복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