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이사선임 20% 반대… 롯데쇼핑·하나금융 등에 제동 걸어

입력 2014-04-08 03:14

국민연금공단(국민연금)은 지난달 21일 롯데쇼핑 주주총회에서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 롯데복지재단 신영자 이사장의 이사 선임에 반대했다. 과도한 겸직으로 이사직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였다. 당시 사외이사로 추천된 고병기 롯데알미늄 상무에 대해서는 독립성이 취약하다며 반대표를 던졌다.

국민연금은 같은날 하나금융지주 주총에서도 정관 변경, 이사 선임 안건에서 각각 반대표를 행사했다. 정관 변경 안건에서는 이사회 결의 사항이어야 할 사채 발행 권한을 대표이사에게 위임한 점을 지적해 비토를 놓았다. 사외이사로 추천된 정창영 후보에 대해서도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 국민연금은 코레일 사장과 감사원 사무총장을 역임한 정 후보에 대해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사전취업 승인을 취득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이 지난달 기업들의 주총 시즌에도 ‘재벌 감시자’ 역할 수행에 거침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국민연금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기업들이 주총에서 내건 806건의 안건 가운데 76건(9.4%)에 대해 반대표를 던졌다.

특히 이사 선임 안건 189건 중에서는 39건(20.6%)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다. 5명 중 1명 이상을 부적격자로 분류한 셈이다. 효성·한진그룹 등 유수 대기업 회장 일가에 대해서도 예외가 없었다. 국민연금은 자체 지침에서 ‘과도한 겸임으로 충실한 의무 수행이 어려운 후보’, ‘기업가치 훼손 또는 주주 권익의 침해 이력이 있는 후보’를 가려내게 한다.

다만 ‘큰손’의 반대표에도 최종 부결이 한 건도 없다는 것은 여전한 한계로 언급된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강화에 대해 시민사회는 환영하지만, 재계는 경영 자율권을 해친다는 입장을 보인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