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돌아온 외국인, 미워도 다시 한번?… 코스피 9일째 순매수
입력 2014-04-08 02:09
코스피시장에 외국인이 돌아왔다. 연초 주식을 대거 던지며 차갑게 한국시장을 떠났던 외국인들이 2주째 ‘사자’를 외치고 있다. 펀드 환매가 줄기차게 일어나지만 이들 덕에 코스피지수는 2000선까지 치고 올라왔다.
외국인이 주식을 대거 사들이고 있지만 개인투자자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무턱대고 이들을 쫓아가자니 연초처럼 차갑게 돌아설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증시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국 시장이 안정감을 찾고 있다며 외국인 매수세 지속과 관련한 긍정적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투자자는 총 1605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로써 외국인의 순매수 행진은 지난달 26일 이후로 9거래일째 이어졌다. 이 기간 이들이 코스피시장에서 사들인 주식은 무려 2조원어치가 넘는다.
외국인이 주식을 대거 사들이고 있지만 ‘개미’들은 의심의 눈초리가 강하다. 외국인은 지난해 44일이라는 역대 최장 순매수 기록을 세우며 한국시장에 대한 신뢰를 보냈다. 개인투자자가 이를 믿고 연초부터 주식을 대거 사들였지만 외국인은 주식시장에서 발을 슬그머니 뺐다. 실제 개장 첫 주인 지난 1월 2∼3일 개인투자자는 8949억원어치를 사들이며 ‘연초효과’를 제대로 보여줬지만 외국인은 6515억원을 팔며 차익실현에만 몰두했다.
이후로도 꾸준히 주식시장에서 매도를 외치던 외국인이 다시 연속 매수를 보이는 것은 우선 글로벌 신흥국 시장이 전반적으로 안정세를 보이는 덕이다. 양적완화 종료 이슈가 장기화하면서 투자자들에게 내성이 생겼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연초 이후 12% 하락한 브라질 주가는 지난달 17일부터 오르기 시작해 현재 저점 대비 약 14.6%의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인도 주가도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올해 들어 6.7% 정도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안정감이 두 나라보다 더욱 뛰어나다고 본다. 미국 고용지표 불안과 신흥국 불안이 한창이던 지난 2월 초에도 코스피는 1885포인트에서 버텼다. 이후에는 오히려 반등세를 보였고 우크라이나 사태가 터진 3월에도 1900선을 넘겨 점진적으로 상승세를 보인 것이다.
KTB투자증권 김한진 연구원은 “최근 우리 증시 주변 상황과 이에 대한 시장 반응에서 시사점을 찾을 수 있다”며 “미국 경기회복에 따라서 한국 주식의 매력은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기업의 경우 경쟁 대상인 외국기업의 글로벌 주가에 비해 크게 저평가 돼 있는 것도 긍정요소다. KB투자증권 김성노 연구원은 “최근 삼성전자, 현대차 등 대표종목에 대한 외국인 매수는 저평가에 기인한 것”이라며 “삼성전자 주가의 경우 글로벌 경쟁자보다 무려 55% 낮게 평가돼 있다”고 분석했다. 외국인은 이를 증명하듯 지난 9거래일간 삼성전자 주식을 9386억원어치나 사들였다.
다만 환율은 여전히 잠재적 위험요소로 자리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박소연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지난 5년간 단 한번도 의미 있게 1050원선 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었는데 그렇게 되면 수출 회복을 시사하는 것”이라며 “그렇지 못한다면 외국인 매수는 단기 회복 외에는 의미가 없을 수 있다”고 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6원 오른 1055.4원에 마감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