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로펌, 국내 M&A 시장 삼킨다… 2014년 1분기 거래총액 상위 10곳 중 6곳 차지

입력 2014-04-08 03:59


블룸버그 ‘M&A 시장 리뷰’

한국 시장에 진출한 외국계 로펌들이 지난 1분기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역대 최고 성적을 거뒀다. 국내 로펌들은 거래총액 기준 상위권 순위를 대거 내주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미국 미디어그룹 블룸버그가 최근 낸 ‘대한민국 M&A 시장 리뷰’에 따르면 지난 1∼3월 국내 M&A 법률자문 시장에서 거래총액 상위 10곳 중 6곳을 외국계 로펌이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외국계 로펌이 상위 10곳 중 3곳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년 사이 10위 안에 포진한 외국계 로펌이 2배 늘어난 것이다.

로펌별로 보면 지난해 초 한국 시장에 처음 진출한 미국계 심슨대처앤바틀릿이 2위를 차지했다. 영국계인 프레시필즈 브룩하우스와 미국계 설리반앤크롬웰은 공동 3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2∼4위에 자리했던 법무법인 세종·광장·태평양은 각각 10위, 6위, 5위로 밀려났다.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유일하게 지난해 1분기에 이어 1위를 유지하며 체면치레를 했다. 다만 시장 점유율은 36.2%에서 31.9%로 소폭 하락했다. 다수의 외국계 로펌이 나란히 최상위권에 포진한 것은 지난 2011년 7월 법률 시장 1차 개방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거래액이 아닌 거래건수를 기준으로 순위를 매기면 국내 로펌들의 순위는 껑충 뛴다. 지난 1분기 거래건수 1∼7위는 모두 국내 대형 로펌이었다. 값싼 자문을 여러 건 맡는 등 ‘박리다매’식 출혈 경쟁을 벌였다는 의미다. 거래액 기준 6위를 기록한 광장은 32건을 수임해 거래건수로는 1위에 올랐다. 거래액 2위를 기록한 심슨대처앤바틀릿의 거래건수가 2건이었던 것과 대조된다.

정용상 동국대 법대 교수는 “법률시장은 다른 분야와 비교할 때 개방이 늦었지만 국내 법조계의 질적·양적 대비는 충분하지 못했다”며 “법률시장 개방 이후 영·미계 로펌에 잠식된 독일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로스쿨 교육을 내실화하는 등 체계적인 법조인 양성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