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임금체계 변경 꼼수 사업장에 경고… 왜?
입력 2014-04-08 02:40
무노조·영세 사업장 실질임금 삭감사례 급증
“최근 사업장에서 통상임금을 정비하면서 일방·편법적으로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했는지를 철저히 판단하라.”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은 7일 대전고용노동청에 전국 노동지방청장들을 불러놓고 현장점검회의를 하면서 이같이 말하고 탈법적 임금체계 변경을 강력히 제재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방 장관이 이처럼 경고를 날린 것은 무슨 이유일까.
지난해 12월 통상임금 개편과 관련한 대법원 판결 이후 기업체들이 인건비 부담 증가를 우려해 임금체계를 바꾸는 탈법을 저지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노조가 없는 회사의 사업주가 근로자의 취업규칙을 바꾸면서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무시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장하나 의원실에는 관련 제보들이 쏟아지고 있다. A사는 기존 490%의 상여금을 삭감하고 통상임금의 200%를 지급했던 휴일근로수당을 150%로 줄인다는 내용을 공고했다. 회사는 “2014년 1월부터 통상임금 범위가 변경됨에 따라 기존 상여금 지급이 없어지기 때문에 전 직원은 변경된 근로계약서를 다시 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일부 직원은 바뀐 취업규칙에 따라 급여를 계산해봤다. 상여금을 전액 삭감하면 연간 537만6000원이, 상여금 10만원을 기본급으로 전환하면 연간 357만3000원이 줄어든다. 노조가 없는 점을 악용해 회사가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것이다. 화들짝 놀란 A사 근로자들은 노조를 결성하고 상급단체에 가입해 단체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최저임금을 기본급으로 지급하고 정기 상여금 400%를 주던 B사는 정기 상여금을 전액 삭감하고 기본급을 시급 6180원으로 인상했다. 대법원의 통상임금 확대로 급여가 늘어날 것이라 기대했던 근로자들은 오히려 월급이 5만원 준 것을 알고는 실망에 빠졌다. 근로자들은 사측과의 개별 면담을 통해 취업규칙 변경에 동의하도록 설득 당했거나 임금이 줄지 않는다는 설명만 믿고 근로조건 변경에 동의했다.
장 의원은 “대법원 판결 이후 3개월 동안 2300여건의 취업규칙 변경이 신고됐다”며 “노동부가 사용자에게 유리한 임금개편 매뉴얼을 발표하면서 무노조·영세 사업장 근로자들의 피해가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판결 이후 노동부가 발표한 노사지도지침과 임금개편 매뉴얼이 실질임금 삭감의 도구로 악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