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조 여왕’ 손연재 시대 밝았다… 한국 체조 사상 첫 4관왕 달성

입력 2014-04-08 02:46

‘리듬체조 여왕’ 손연재(20·연세대) 시대가 열리고 있다. 손연재는 7일(한국시간)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국제체조연맹(FIG) 월드컵 시리즈에서 개인 종합 금메달에 이어 볼과 곤봉, 리본에서도 종목별 결선 1위를 차지해 4관왕에 올랐다.

볼에서 17.500점을 받은 손연재는 벨라루스의 멜리티나 스타니우타(17.400점)와 아제르바이잔의 마리아 드룬다(17.250점)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열린 곤봉 결선에서도 17.450점을 획득, 러시아의 디나 아베리나(17.250점)를 누르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마지막으로 열린 리본 결선에서는 17.150점으로 벨라루스의 마리아 티토바(17.050점)를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했다.

전날 한국 리듬체조 선수로는 처음으로 FIG 주관 시니어 대회 개인 종합에서 메달을 따낸 손연재는 대회 4관왕에 등극하는 기염을 토했다. 손연재가 아시아선수권이 아닌 국제대회에서 다관왕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강력한 경쟁자인 멜리티나 스타니우타와 마리아 티토바에 비해 실수 없이 연기를 펼쳐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었다.

김지영 대한체조협회 리듬체조경기위원장은 “손연재가 이번에 달성한 월드컵 리듬체조 4관왕은 한국 리듬체조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면서 “이는 한국 리듬체조가 세계 최정상급 수준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현역 최강으로 불리는 야나 쿠드랍체바와 마르가리타 마문(이상 러시아), 안나 리자트디노바(우크라이나) 등이 불참해 손연재가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손연재의 기량이 한층 높아져 세계 정상 수준에 도달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이연숙 대한체조협회 경기력향상위원장은 “지난 시즌까지는 손연재의 실력이 경쟁자들과 비교했을 때 한 수 아래였을지 모르지만 올 시즌은 분명히 다르며”며 “이번 리스본 월드컵에서 보여준 기량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현지 심판들도 압도당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2014시즌부터 적용된 리듬체조의 채점 방식도 손연재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손연재는 새로운 규정에 맞춰 4종목 프로그램을 모두 바꿨다. 리듬체조는 난도 부문(D)과 실시 부문(E)에 각각 10점이 배정돼 20점이 만점이다. 손연재는 4종목 모두 완벽한 연기를 펼친다면 18점 이상을 받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이번 대회에서 손연재의 프로그램은 안성맞춤이었고 8점대 중반에 머물렀던 난도를 9점대로 높였다. 표현력과 독창성에서도 동유럽 선수들을 압도했다. 오는 13일 열리는 페사로 월드컵에서도 결정적인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손연재의 월드컵 메달 행진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