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손연재 기사만 뜨면 폄하 도대체 무슨 미움 샀기에…

입력 2014-04-08 03:18


[친절한 쿡기자] ‘체조 요정’ 손연재(20·사진)가 또 잘하고 혼났습니다. 국제체조연맹 리듬체조 월드컵에서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4관왕을 달성했지만 인터넷에서는 비난·욕설·조롱·냉소가 어김없이 쏟아졌습니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 때도 그랬습니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아시아 선수 중 유일하게 결선에 올라 개인종합 5위를 차지했을 때도 마찬가지였죠. 벌써 4년을 넘긴 ‘사이버 스토킹’입니다. 손연재는 네티즌에게 무슨 잘못을 한 걸까요.

7일 인터넷에는 손연재의 월드컵 4관왕을 축하하는 응원·격려와 함께 “행운의 금메달” “손쉬운 4관왕” “관심 줄 필요가 없다” “초라한 성과를 부풀려 홍보하는 소속사의 언론플레이”라는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마르가리타 마문(19)이나 야나 쿠드랍체바(17) 등 러시아의 정상급 선수들이 대거 불참하면서 손연재가 시상대 최상단까지 무혈 입성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입니다. 리듬체조 월드컵과 비슷한 수준으로 여겨지는 피겨스케이팅 그랑프리에서 ‘여왕’으로 군림한 김연아(24)의 과거와 아직 도전자의 입장인 손연재의 현재를 비교하며 평가절하를 하는 분석도 잇따랐습니다. 심각한 수준의 모욕이나 욕설도 적지 않게 나왔죠.

인터넷에서 손연재의 소식을 집요하게 따라다니는 사이버 스토킹의 원인이나 실체를 특정하기란 어렵습니다. 손연재가 그 흔한 스캔들에 휩싸인 적도, 망신을 당할 만큼 부진한 적도 없기 때문입니다.

소속사 IB월드와이드(옛 IB스포츠)는 2010년 김연아와 결별하는 과정에서 손연재를 새 주력선수로 서둘러 지목했지요. 소속사의 성급한 판단이 손연재 비난 여론에 불을 붙였다는 주장이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지만 이마저도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이 주장이 사실일 경우 손연재는 김연아로부터 ‘국민 여동생’의 호칭을 물려받는 과정에서 ‘성장통’을 경험하고 있다고 생각해도 무방할 겁니다.

그래서일까요. 긍정적인 신호도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손연재의 월드컵 4관왕 소식이 전해진 인터넷에서 “좋은 성적에도 비난에 시달리면 스타로 성장했다는 증거” “손연재는 김연아와 다른 종목을 개척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선수”라는 의견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손연재는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겨냥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쏟은 눈물과 땀방울이 김연아처럼 ‘여왕’으로 도약하기 위한 초석으로 되길 기대합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