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통상임금·근로시간단축 과제 이대로 방치 말라

입력 2014-04-08 02:51

勞使는 양보하지 않으면 공멸한다는 각오로 나서야

한국경제를 다시 성장 궤도에 올려놓자면 지금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로 규제 개혁과 더불어 임금체계 개편을 포함한 구시대 노사 관행 혁파를 꼽지 않을 수 없다. 낙후한 임금체계와 장시간 근로체제는 그것 자체가 생산성 향상의 큰 걸림돌이다. 뿐만 아니라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고, 장년층의 고용불안과 노년층의 빈곤을 가중시킨다. 장시간 근로는 또한 산업재해 증가 요인이며, 일·가정 양립을 저해해 여성 고용률을 낮춘다. 그런데도 이 중차대한 과제를 정부, 노사단체, 국회 모두 적극적으로 나서서 풀려는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통상임금 산입범위 재조정과 근로시간 단축 등의 노동 현안을 풀기 위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노사정 소위원회(노사정소위)의 활동종료 시한이 15일로 다가왔다. 노사정소위는 7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제3차 대표자회의를 갖고 9∼10일 공청회를 거쳐 11일부터 집중협상에 돌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당사자들의 이해관계가 워낙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단 며칠 만에 합의안을 마련할 것이라고는 아무도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합의안은커녕 노와 사는 지난해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도 각각 후퇴한 과거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노사정소위가 구성된 게 지난 2월 14일인데 당사자들은 그동안 도대체 뭘 했는지 한심할 따름이다.

통상임금을 놓고 재계는 ‘1개월을 초과하는 기간’에 지급되는 금품은 통상임금에서 제외하는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법 전원합의체 판결이 임금의 명칭이나 지급 주기와는 상관없이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이 있다면 통상임금이라고 한 것과 배치되는 주장이다. 반면 한국노총은 임금 명칭과 관계없이 소정근로에 대한 임금은 모두 통상임금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 역시 대법 판결과 동떨어진 해석이다. 노와 사의 이런 태도는 협상을 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서는 노사정소위에 참여하는 전문가 그룹이 휴일근무를 연장근로 한도에 포함하는 방안을 내놨다. 이 방안에 따르면 휴일근무에 대해 통상임금의 200%를 지급받게 된다. 이런 원칙, 즉 주당 최장 근로시간을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데는 노사정이 합의했으나 재계는 갑작스러운 부담 증가를 줄이도록 기업 규모별로 단계적으로 시행하자는 입장이다.

근로시간 단축과 통상임금 등 임금체계 개편은 노와 사 각각의 양보 없이는 이뤄질 수 없다. 근로시간 단축을 위해서는 노동계, 특히 조직 노동자들이 총임금 감소를 감내해야 하고, 대신 사용자들은 정년 연장 등 고용안정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일각에서 여러 현안의 일괄 타결 필요성을 말하지만 다른 것은 몰라도 근로시간 단축과 통상임금 문제를 연계하는 것은 곤란하다. 두 과제는 각각 직접 추구하는 목표가 다르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도 근로시간 단축 법안이 합의에 이를 가능성이 가장 높은 만큼 다른 현안들의 합의 처리가 4월 임시국회 중에 어렵다면 이 과제부터 입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