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銀, 9709억원 허위 입금증은 또 뭔가

입력 2014-04-08 02:41

KB국민은행에서 굵직굵직한 비리 사건이 끊임없이 터지고 있다. 비리 사건을 들여다보면 국민은행이 과연 뉴욕 증시에 상장된 금융회사가 맞는지 의구심을 품게 한다. 지난해부터 잇따라 불거진 금융사건을 보면 국민은행은 국내 굴지의 금융회사가 아니라 금융 비리의 온상이라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고객의 뇌리에 박혀 있는 몇몇 사건은 이런 비판이 과장된 표현이 아님을 알 수 있게 한다. 지난해 11월 적발된 국민주택채권 원리금 110억원 횡령 사고는 직원들이 연루된 ‘조직범죄’였다. 직원 비리를 적발해야 할 감찰반 직원까지 비리에 가담했다고 한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이 은행 도쿄지점에서는 전직 지점장과 부지점장이 수천억원대의 부당대출을 해주고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KT 자회사인 KT ENS 직원과 협력업체들이 짜고 가짜 외상매출채권을 만들어 금융회사 17곳으로부터 3000억원을 대출 받은 사건에도 국민은행 직원들은 발을 담갔다. 중소기업과 서민에게 ‘갑질’을 하면서 대기업이라면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불법 대출을 해준 것이다. 지난 1월에는 국민카드의 고객 정보 유출로 국민은행 고객 1000만여명의 정보가 공개되는 사고도 발생했다. 당시 카드를 교체하거나 문의하려고 몰려든 고객들은 몇 시간씩 지점에서 대기하며 울분을 삭였다. 국민은행의 신뢰도가 땅에 떨어진 것은 당연한 일이다.

국민은행은 최근 고객에게 신뢰받는 은행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와 함께 쇄신안을 발표했지만 쇄신안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천문학적 규모의 직원 사문서 위조 사건이 터졌다. 이 은행 영업점 이모 팀장은 지난 2월부터 3월까지 부동산 개발업자 강모씨에게 1조원에 가까운 가짜 확인서들을 발급해 줬다. 이 중에는 예금 입금증, 현금 보관증, 대출 예정 확인서 등이 포함돼 있다. 강씨가 투자자 모집 과정에서 9709억원가량의 재력이 있는 것처럼 행세하기 위해 이 팀장과 짜고 사기극을 벌인 것이다. 국민은행과 금융 당국은 아직까지 접수된 피해 사례가 없다고 손을 놓고 있으면 안 된다. 억울한 피해자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도록 피해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국민은행을 보는 고객의 시선은 결코 곱지 않다. 대동은행과 장기신용은행을 인수하고 주택은행과의 합병을 통해 국내 최대 은행으로 떠오른 국민은행은 그동안 덩치만 키운 것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뼈를 깎는 자세로 감사 시스템과 직원교육을 강화하고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최고경영진부터 창구 직원에 이르기까지 ‘도덕 재무장’ 운동이라도 벌일 필요가 있다. 스스로 혁신하지 않으면 고객의 외면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