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생명을 나누는 장기기증 사회 전체로 확산돼야

입력 2014-04-08 02:31

장기기증 의사가 있다는 국민이 절반에 육박한다는 사실은 고무적이다.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관리센터가 최근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7.7%가 “장기기증 의향이 있다”고 대답했고, 이 가운데 14.9%는 실제 장기기증 등록을 마쳤다고 한다. 비록 “없다”고 한 52.3%보다 낮지만 2012년의 33.9%에 비해 14% 포인트 가까이 늘었다.

뇌사기증, 사후기증, 생체기증으로 구분되는 장기기증 의사를 밝힌 사람은 2003년 6만여명에서 지난해 처음으로 100만명을 돌파할 정도로 급증했다. 그럼에도 오랜 유교문화 영향으로 선진국에 비해서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인구 100만명당 뇌사 장기기증자(2011년 기준) 수를 보면 스페인 35.3명, 미국 26.0명, 프랑스 25.0명, 이탈리아 21.8명, 영국 17.0명, 독일 14.7명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7.2명에 불과하다.

장기기증은 장기이식이 아니면 죽음을 맞을 수밖에 없는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숭고한 일이다. 특히 뇌사자의 장기기증은 평균 4명에게 새 생명을 준다고 한다. 프로복서 최요삼은 6명, 대구 강동고 홍재백군은 3명에게 새 생명을 주고 세상을 떠났다. 장기이식 대기자는 지난 1월 현재 2만6000명을 넘어섰으나 지난해 이루어진 장기이식 수술은 고작 3700여건에 그쳤다. 이렇듯 대기자는 넘치고 장기기증은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생명을 담보로 한탕을 노리는 불법 장기매매가 활개치고, 중국 등 해외에서 편법 시술을 받으려는 환자들이 끊이지 않는다.

장기이식만을 학수고대하고 있는 2만여명의 환자는 미래의 나, 내 가족일 수 있다. 신장 간장 췌장 췌도 소장 골수는 생체기증이 가능하다. 내 신체 일부로 다른 사람을 살리는 것만큼 보람차고 의미 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장기기증은 어렵지 않다. 가까운 장기이식등록기관을 방문해 신청해도 되고 모바일이나 PC, 우편을 통해서도 가능하다. 아울러 장기기증 의사가 실제 장기기증으로 보다 많이 이어지도록 관련 기관의 세심한 배려와 관심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