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악원 예술감독 첫 공식무대 갖는 안숙선 명창 “민속음악 장르 모두 보여주겠다”
입력 2014-04-08 02:17
안숙선(65) 명창. 국악을 잘 모르는 이들에게도 그 이름이 낯설지 않다. 8세 때 판소리를 시작, ‘아기 명창’으로 이름을 날린 이래 50년 넘게 각종 무대에 서며 국악 외길을 걸어왔다. 특히 완성도 높은 무대를 통해 국악을 대중들에게 알려왔다. 무대밖에 모르던 그였기에 지난해 10월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예술감독을 맡았을 때 많은 이들이 기대를 보였다.
그가 예술감독으로서 첫 공식 무대를 선보인다. 10·11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펼쳐지는 ‘합(合)’ 공연이다. 지난 3일 국립국악원 인근 식당에서 만난 그는 “우리 음악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먼저 하나로 모아야 음악과 소리도 하나가 될 수 있다”며 “남원, 진도, 부산의 지방 국립국악원 단원까지 모두 참여해 민속음악의 각 장르를 다 보여주는 무대”라고 소개했다.
무대는 40명이 넘는 연주자들의 산조합주를 시작으로 흥보가 중 ‘제비노정기’를 가야금 병창으로 들려준다. 또 경기도 민요와 판소리, ‘육자배기’ 등의 남도민요도 만날 수 있다. 안 명창도 이날 구음 시나위 무대에 올라 직접 소리를 들려준다.
음악감독이 된 그는 생활 속에서 사라진 ‘국악의 맛’을 대중들에게 어떻게 좀 더 쉽게 전할 수 있을지 고민 중이다. 그는 “그동안 국악계는 우리 음악의 맥이 끊어질까봐 그대로 보존하는 데 온 힘과 시간을 들여왔다”며 “그러다보니 국악과 대중 사이의 연결고리를 만드는 기획력이 많이 부족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난 2월 ‘K-POP 국악에게 길을 묻다’ 특별 방송프로그램에 직접 출연한 것도 대중들에게 다가가려는 시도 중 하나였다. 그는 “아이돌 그룹 ‘B1A4’ 아이들도 우리 음악을 좋아하고 관심을 보이더라”며 “앞으로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획을 하고, 더불어 우리 무용과 소리가 세계적으로 예술적 가치가 있다는 걸 이론을 통해 알려주는 작업까지 할 일이 많다”고 했다.
그래서 의욕적으로 일하지만 걱정이 떠나질 않는다고. 그는 “뮤지컬이 한 순간에 모든 걸 다 보여주는 자극적인 맛의 음식이라면, 국악은 영양가 있고 좋은 음식으로 곰곰 깨물면서 먹다보면 더 맛이 나는 음식”이라고 말했다. “몸에도 좋고 우리 정서에도 맞는 데 그걸 느끼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고 단박에 안 되니 그게 참 걱정”이라고 했다.
그는 “제발 유치원 갈 때부터 우리 리듬, 장단을 가르쳤으면 좋겠다”며 “단소든 가야금이든 장구든 악기도 하나씩 가르쳐야 생활 속에서 국악을 만날 수 있고 그래야 귀명창도 나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 명창은 중요무형문화재 제23호 가야금 산조 및 병창 예능보유자다. 1979년부터 국립창극단에서 춘향, 심청 역할을 도맡았던 프리마돈나였다. 춘향가 심청가 등 판소리 5바탕 완창 무대는 매진을 기록하며 사람들을 국악 공연장으로 끌어들였다. 그런 그이니만큼 국악계 스타를 찾기 힘들고, 국악을 제대로 감상하는 ‘귀 명창’도 사라지는 현실이 더욱 안타깝다.
그는 “1980∼90년대 지방 공연 때만해도 두루마기를 차려 입고 찾아온 어르신들이 넣는 추임새로 공연장이 떠나갈 듯한 적도 있었다. 이젠 ‘귀 명창’을 만나기가 점점 힘들다”고 했다. 그러면서 “송소희 같은 친구들이 다른 쪽으로 가기보다 국악에 인생을 걸겠다는 각오로 정면승부를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