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세군은 왜 새집 버리고 ‘헌집’으로 이사 갔을까

입력 2014-04-08 02:05


구세군 대한본영(박종덕 사령관)이 이달 초 서울 충정로의 구세군빌딩을 떠나 정동의 구세군중앙회관으로 사무실을 옮겼다. 2010년 완공된 초현대식 건물을 떠나 85년전의 좁고 낡은 장소로 이전한 배경에 대해 구세군은 “우리의 역사와 정신이 보존돼 있는 곳에서 급변하는 시대에 우리의 마음과 자세를 새롭게 하여 초창기 구세군의 거룩함이 회복되고 사회적 약자들의 친구가 되기 위해 더욱 힘쓰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구세군중앙회관은 1928년 초대 대장 브람스 부스의 70세 생일을 기념해 지은 건물로 당시 영국풍 신고전주의 양식을 반영하고 있다. 1985년까지 구세군사관학교로 사용됐고, 서울시 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고색창연한 목조건물로 자선냄비본부의 사무실로도 쓰이고 있었다. 구세군이 정성껏 보존해 와 소박하고 정갈한 분위기는 유지하고 있지만,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문을 여닫을 때도 삐거덕거리는 소리가 날 정도로 낡았다.

사무실을 옮긴 실질적인 이유는 구세군의 재정난이다. 교단 설립 초기부터 소외된 이웃들이 있는 곳에서 섬김을 실천해온 구세군은 대부분의 지역교회가 농촌이나 도심 바깥에 위치해 교세가 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구세군 관계자는 “은퇴 사관이 늘어나면서 매년 은급지급액도 급증하고 있다”며 “복지시설 이전 수익으로 건립한 충정로 건물의 임대수입도 부동산 침체의 영향으로 예상에 미치지 못해 재정에 생각만큼 보탬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국제구세군 사령부의 지원도 중단돼 재정자립을 해야 한다”며 “이런 다각적인 이유로 사무실을 옮기게 됐다”고 전했다.

구세군은 서울 북아현동의 사령관 사택을 매각하는 등 허리띠를 바싹 졸라매고 있다. 장기적으로 구세군은 예비사관 선발 과정도 강화해 사관 숫자를 줄여간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구세군의 이같은 구조조정은 자선냄비 모금과는 무관하다. 자선냄비 모금액은 별도로 관리돼 모두 사회복지 사업에만 쓰이며, 매년 행정자치부의 감사를 받고 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