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하나님’ 펴낸 장신대 조직신학과 김도훈 교수 “신학은 그리스도 삶이자 우리의 삶 이야기”
입력 2014-04-08 03:02
장로회신학대 김도훈(55·조직신학) 교수는 신학을 쉬운 언어로 설명해야 한다고 말하는 학자다. 그렇다고 아카데믹한 영역을 무시하자는 건 아니다. 일상 언어가 기독교 진리를 더 쉽게 전할 수 있는 장점을 살리자는 것이다. 특히 교회가 직면한 급진적 무신론의 도전을 비롯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한 관계망, 생태적 위기라는 현대적 이슈 앞에서 쉬운 언어 사용은 절실하다. ‘우리끼리’의 용어로는 하나님 이야기를 전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최근 김 교수는 ‘길 위의 하나님’(조이웍스)이란 책을 펴냈다. 조직신학을 일상과 생명, 변증의 눈으로 설명한 것으로 계시를 ‘말 걸어오시는’ 하나님으로, 하나님의 관계성을 ‘링크하시는’ 분 등으로 표현하는 등 독특성이 있다.
지난 4일 서울 광진구 광장로길 장로회신학대 연구실에서 만난 김 교수는 신학이란 그리스도인의 삶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그리스도인의 삶에는 신학이 담겨 있다. 김 교수는 신학을 ‘자기 전기(傳記)’라고 했다.
그 역시 자기 전기를 갖고 있었다. 김 교수는 어린 시절 신비주의적 성향이 강한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했다. 설교에는 지옥이나 말세에 대한 내용이 가득했다. 신비적 측면을 강조하는 찬송만 불렀다. 부친은 김 교수가 태어나기 전부터 아들을 목사로 서원했고 새벽기도나 부흥회 때는 항상 그를 데리고 다녔다. 독일 유학 시절에서도 체험이 있었다. 그는 공부하면서 많이 아팠다. 망막 수술과 혀 종양 제거 수술을 받았고 스트레스성 위장장애로 고통을 겪었다. 알레르기까지 심해 천식 증세로 호흡 곤란을 겪었다.
김 교수는 이런 체험적 고난을 통해 하나님을 더 깊이 경험하게 됐다. 동시에 신학자로서 ‘기독교적 체험’을 신학화하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고난을 통해 역설적으로 신학을 하겠다는 의지가 생겼습니다. 사물을 볼 때도, 성경을 볼 때도 체험의 관점으로 보게 됐어요. 체험을 가지고 하나님을 설명하면 이야기가 달라졌습니다. 고난 속에 하나님께 가까이 가는 신비한 역설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체험 신학은 독일 신학의 대가들에게도 있었다. ‘희망의 신학자’ 위르겐 몰트만의 제자이기도 한 김 교수는 몰트만 박사의 70회 생일 기념 심포지엄을 잊지 못한다. 당시 현장에는 몰트만 박사 내외를 비롯해 칼 바르트의 계승자인 에버하르트 융엘 등 석학 9명이 초청됐다. 김 교수는 거기서 그들의 위대한 신학적 명언을 기대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겪은 2차대전 당시의 아픔과 고난, 죽음을 이야기했다.
몰트만 박사는 학도병으로 끌려가 하나님을 만나 신학을 하게 된 계기를 얘기했다. 융엘은 동독에 살았던 자신의 이야기를 꺼냈다. 예수 믿는 것 때문에 겪었던 고난과 탈출 이야기였다. 동독 출신인 몰트만 박사의 부인도 경험을 말했다. 김 교수는 거기서 진정한 신학은 삶에서 나오며 신학은 자기 전기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목도했다.
“신학은 책상에 앉아 하는 게 아니라 삶 전체로 하는 겁니다. 책상은 잠깐 스치는 훈련장일 뿐이죠. 그런 점에서 모든 그리스도인은 신학하는 사람입니다. 이는 루터의 말이자 몰트만의 강조점입니다. ‘호모 테올로기쿠스’(신학하는 인간)라는 말도 있잖습니까.”
그는 성경 해석에서도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 심리학적 해석으로 바꿔보자는 것이다. “심리학적 성서 해석은 사람의 마음을 생각하는 것이고 행동의 동기를 연구하는 것입니다. 인간의 체험과 경험이 맞물리는 현장에서 하나님을 발견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성서 해석 방법은 성경 내용이 아니라 텍스트가 어떻게 형성됐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성경에서 하나님 음성을 듣고 인물을 통해 사건을 일으켜서 말씀하시는 하나님을 듣지 못했습니다.”
심리학적 성경 해석은 성경 인물을 오늘의 인간과 동일하게 보는 것이다. 아브라함은 태어나면서부터 ‘믿음의 조상’은 아니었다. 그도 사춘기를 보냈을 것이고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비전의 사람’ 요셉도 약한 면이 있었다. 유대 문헌에는 요셉이 끌려가면서 울고불고 난리를 쳤다고 한다. 김 교수는 심리학적 해석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인간을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인간을 이해하려는 마음 자세로 성경의 인물을 들여다보자는 것이다.
“성경을 해석할 때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경험과 체험이 작용합니다. 고난을 경험한 사람이 욥기를 읽을 때는 고난 없는 사람과는 전혀 다른 감동을 받습니다.”
그는 심리학 사용으로 이른바 ‘심리학에 물든 기독교’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모든 학문은 하나님이 선사한 이성을 사용하는 것이기에 심리학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다만 심리학은 문제를 분석할 때만 필요하다. 답은 항상 복음적이며 예수에게로 귀결돼야 한다는 것이 김 교수의 해석 지론이다.
그는 개인의 체험이 성경적인가 아닌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말씀에 비춰보라고 주문했다. 또 체험이 기쁨으로 다가오는가, 양심의 가책을 받는가, 선한 결과를 초래하는가 등으로 기독교적 체험을 분별할 수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장로회신학대에서 공부하고 독일 튀빙겐대에서 몰트만 박사 지도 하에 ‘도가철학과 기독교 창조론’으로 박사학위(Ph. D)를 받았다. 서울 명성교회(김삼환 목사)에서 교육, 협동목사로 17년째 봉사하고 있다. 교회 현장 경험을 토대로 가상교회와 선교적 교회, 이머징 교회, 다음세대 교회에 관한 글을 발표해오고 있다. 고난과 경험, 작은 일상의 기독교적 중요성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글·사진=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