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문화] 겨울왕국에 갇혀 얼어붙은 어린이책 시장

입력 2014-04-08 02:18


최근 만난 아동서 출판사 관계자는 “요즘 어린이책 시장은 ‘프로즌(FROZEN·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원제목)’에 그야말로 ‘프로즌(frozen·꽁꽁 얼어붙었다는 뜻)’돼 봄이 오질 않는다”며 한탄했다. 지난겨울 개봉한 ‘겨울왕국’의 돌풍에 힘입어 관련 서적까지 베스트셀러 순위를 석 달째 휩쓸고 있는 현실을 꼬집은 말이다.

지난 4일 발표된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겨울왕국 관련 서적은 20위권 안에 4권이 포함됐다. ‘디즈니 겨울왕국 무비스토리북’(예림아이)이 7위, ‘겨울왕국 OST 피아노 연주곡집 초급편’(스코어)이 8위, ‘디즈니 겨울왕국 스티커북 500’(예림아이)이 14위를 각각 차지했다. 겨울왕국의 영어 원서인 ‘FROZEN’(롱테일북스)도 19위를 기록했다. 통계는 한국출판인회의가 교보문고 예스24 등 대표적 온·오프라인 서점 8곳에서 판매한 부수를 종합한 것이다.

디즈니 겨울왕국 무비스토리북은 1월 말 베스트셀러 목록에 가장 먼저 이름을 올렸다. 이어 스티커북, 색칠책에 이어 OST 피아노 악보집까지 순위에 오른 것이다.

출판계 관계자는 “어린이 책 시장에선 엄마들이 골라주는 스테디셀러들이 주로 팔렸다. 그런데 이번 겨울왕국 돌풍은 당사자인 어린이들의 반응이 워낙 뜨거운데서 비롯된 현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엄마들이 골라주는 그림책 자리를 아이가 고른 겨울왕국 관련 책들이 차지했다는 것이다. 서점가에선 겨울왕국 관련 서적들이 100만부 이상 팔려나갔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겨울왕국의 사례에서 보듯 영화나 드라마 덕에 재미를 톡톡히 보는 책들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2월 말 종영한 SBS TV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주인공 도민준이 읽었던 성인동화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비룡소)이 대표적이다.

이 책을 밀어내고 베스트셀러 1위에 등극한 건 정여울 작가의 ‘내가 사랑한 유럽 TOP 10’(홍익출판사)이다. 대한항공이 기획한 책인데, 여행객 33만여 명이 선정한 여행지 100곳에 대해 정 작가가 감성적인 글을 적었다. 이 책은 유럽 여행지를 소개하는 대한항공의 광고와 맞물려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처음엔 독서를 권장하는 TV 예능 프로그램이 책의 인기를 쥐락펴락했다. 드라마, 영화에 이어 이젠 광고까지 출판시장을 흔드는 세상이다. 영상매체에 점점 예속되는 책의 미래, 과연 그 끝은 어디일까.

김나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