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노트] (14) 치마, 꾸며주길 바라는 공주

입력 2014-04-08 02:34


여자와 남자를 가르는 데 VIP로 등극하는 이것. 바람에 날리는 순간 포토제닉해지는 이것. 여자를 때로는 다소곳하게 때로는 발랄하게 포장하며 여성스러움이라는 개념을 바로 세우는 이것. 이것이 있어 또각또각, 깐깐한 소리를 내는 ‘뾰족구두’가 예뻐 보이고 다리를 스치는 천 자락이 새삼 특별하게 와 닿는다. 여자로 살면서 이것은 “나 여자에요!”를 외치는 중요한 배역의 주인공이다. 이것을 입으면 앉을 곳을 살피게 되고 다리의 동작에 신경을 쓴다. 앞가림이 심한 이 옷, 일명 치마를 마다할 남자들은 없을 것이다.

오늘날 같은 형태로 치마가 여성의 의생활을 파고든 것은 1930년대 중반에서 40년대, 거추장스러움은 사라지고 현대적 양상을 띤 시크함이 멋을 구축했다. 치마의 매력은 50년대 만개한 꽃처럼 퍼지는 플레어 스타일에서 소녀적 이미지로 구현되더니 60년대 대범 무쌍한 미니스커트 붐을 타고 섹시한 존재로 거듭나는 역사를 일구었다.

90년대 허리에 둘러서 묶어 입는 식의 이국적인 사롱 치마는 관능미를 유발했다. 짧으면 짧은 대로 길면 긴 대로 치마 나름의 운치가 있다. 치마의 운치는 각자의 다리에 부합하는 적절한 치마 길이와 알맞은 신발이 내는 것. 무릎까지 오는 펜슬 스커트에는 정장구두로 통하는 펌프스가 어울리고 짧거나 긴 치마에는 발가락이 보이는 오픈 토 스타일이나 단화가 숨통을 트여준다. 고백하건대 치마에 맞는 신발을 고르기란 쉽지 않다. 치마는 미워할 수 없는 얌체다.

김은정(패션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