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소녀 가장돕기-대구시 약사들의 모임 ‘약사모’] 도시락·교복·학비… 자립때까지 돕는다

입력 2014-04-08 02:05


대구에서 소년소녀가장 등 어려운 이웃의 ‘약(藥)’이 되고 있는 이들이 있다. 바로 ‘약사 작은 사랑 모임’(이하 약사모) 회원들이다.

6일 약사모에 따르면 1996년 소년소녀가장 도시락 지원에 뜻을 함께한 대구시약사회 소속 약사 5명이 모여 약사모를 만들었다. 단순히 약을 만드는 사람이 아닌 이웃을 위해 나눔을 행하는 진정한 약사가 되기 위해서다. 이후 참여하는 약사가 늘어 현재는 14명의 운영이사와 150여명의 후원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모임을 만든 이듬해인 1997년 처음으로 76만원을 모아 소년소녀가장 38명에게 도시락 비용(1인당 2만원)을 지원했다. 1998년에는 두 배 이상 늘어 88명까지 지원할 수 있게 됐다. 소년소녀가장에 대한 지원은 학생들이 다 자라 더 이상 지원이 필요 없어진 2006년까지 이어졌다.

약사모 창립운영이사인 김경원(50·여) 사무총장은 “처음으로 모은 돈을 소년소녀가장들에게 지원할 때가 아직도 기억이 난다”며 “그 당시 느꼈던 감동이 계속 이웃을 돕도록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의 선행은 계속 이어졌다. 불우이웃에 전셋집을 빌려주는 ‘희망둥지사업’, ‘조손세대 지원’,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과 결연하는 ‘꿈나무 우뚝 서기 지원’ 등 어려운 이웃이 있는 곳은 어디든지 찾아갔다. 약사모 결성 후 18년 동안 이들은 4억원 정도를 모아 이중 3억2000여만원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했다. 약사모는 후원 약사들에게 ‘사랑나눔 약국’ 명패를 증정해 감사의 표시를 하는 것은 물론 결속도 다지고 있다.

약사모는 단순히 돈을 지원하는 것에 머물지 않았다. 교복이 필요한 학생에게는 교복을, 참고서나 학원을 가야하는 학생에게는 참고서와 학원비를 선물했다. 또 명절에 아이들과 만나 음식을 나누고 쌀, 라면, 떡 등 필요한 생필품도 세심하게 챙겼다. 아이들이 교감을 통해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약사모는 더 많은 나눔을 위한 도약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더불어 따뜻한 겨울나기’라는 제목으로 ‘약사작은사랑모임 후원의 밤’ 행사를 개최해 사회 각계로부터 지원을 약속받았다. 더욱 체계적인 지원을 위해 비영리민간단체 등록을 마쳤으며, 약사모를 재단법인으로 만들기 위한 준비도 하고 있다.

올해 초 우창우 회장(51·대구시약사회 부회장)이 4대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에는 지원 대상 발굴 등에 적극 나서기 위해 운영이사를 대폭 늘리기도 했다.

우 회장은 “앞으로 지원 아동들과 친구처럼 가까이 지내며 멘토역할을 하기 위해 딸기수확 체험행사, 외식체험, 영화관람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계획하고 있다”며 “약사모 활동에 필요한 모금을 위해 홍보를 강화하고 모인 돈을 체계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