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무인기 또 발견] 北 전방부대, 수시로 무인기 운용… 국가·군 주요시설 이미 다 뚫렸나
입력 2014-04-07 04:01
지난해 10월 강원도 삼척시의 한 야산에서 추락한 것으로 보이는 북한 소형 무인기가 뒤늦게 발견되자 남한 전역에 북한 소형 무인기가 침투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특히 최근 추락한 2대의 무인기와 지난해 10월 발견된 무인기가 촬영한 사진들이 청와대와 서해 5도, 동해 해안가와 우리 군 전술폭격장을 담고 있어 주요 시설들이 무인기에 노출됐을 수 있다는 우려다.
◇남한은 북한 무인기 천국?=군사전문가들은 당초 서해와 서부전선 쪽에서 발견됐던 북한 소형 무인기가 강원도 내륙에서 발견되자 침투지역이 의외로 광범위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미 휴전선 인근 지역에서는 이들 소형 무인기들이 우리 군 시설을 샅샅이 정찰하고 돌아갔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 전방부대에는 대부분 무인정찰기를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군은 북한이 무인기를 대부분 전방부대에 배치해 운용하고 있고, 이번에 발견된 소형 무인기의 배터리와 엔진의 성능을 감안해 항속시간이 2시간 남짓 될 것으로 분석했다. 따라서 무인기들이 중부전선 남쪽으로 내려오지는 않았을 것으로 추정됐다. 내려와 목표지점을 촬영하고 북쪽으로 되돌아가기에 빠듯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원도 내륙에서 추락한 무인기는 동해안까지 촬영하고 후방지역에 해당되는 추락지점에 도착한 것으로 볼 때 소형 무인기의 항속시간이 군이 예상했던 것보다 길 수 있다. 더 남쪽으로도 내려올 수 있었다는 것이다.
◇주요 국가·군 시설 이미 노출 우려=추락한 소형 무인기들의 침투로를 보면 북한은 주요 군사시설과 국가시설을 집중적으로 촬영했거나 촬영을 시도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4일 경기도 파주에서 추락한 무인기는 청와대와 유사시 북한이 공격로로 사용할 1번 국도 등을 촬영했다.
강원도 삼척에서 추락한 무인기는 후방으로 꼽히는 강원도 남부지역까지 내려왔다. 무인기에 찍힌 메모리칩에는 태백과 정선, 고한·사북 등 강원 남부지역의 식수원인 광동댐(광동호) 모습이 담겨있었다. 무인기 카메라의 메모리칩에는 동해안을 촬영한 사진도 있었다고 한다. 동해안에는 해군 1함대사령부 등 군사시설이 있다. 특히 무인기가 추락한 인근에서 직선거리 30∼40㎞ 내에는 필승사격장이 있고, 원자력발전소가 있는 경북 울진도 멀지 않다. 필승사격장 일대는 북한 지형과 가장 비슷한 곳으로 한·미 공군이 연합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북한이 이 지역에 대한 정찰을 통해 한·미 공군의 전략을 파악하려 했을 수 있다. 북한이 무인기를 통해 울진 원자력발전소의 정확한 좌표를 파악한 뒤 원점 타격할 경우 상당한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
한편 북한 전략군 대변인은 ‘조선인민군’ 신문사 기자와 문답 형식으로 자신들의 소행인지 분명히 밝히지 않은 채 “난데없는 무인기 사건까지 발생해 가뜩이나 땅바닥으로 떨어진 괴뢰들의 체면을 더 구겨 놓았다”는 말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