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무인기 또 발견] 발견 후 카메라 메모리카드 빼내 사진 삭제
입력 2014-04-07 03:01
강원도 삼척시에서 북한의 소형 무인기를 처음 발견한 사람은 심마니(산삼 캐는 사람)들이었다.
지난해 10월 4일 오후 3명의 심마니들은 강원도 삼척시 하장면 청옥산 줄기를 타고 내려오던 중 해발 940m 지점에서 하늘색 계통의 삼각형 모양의 비행체를 발견했다. 발견 장소는 일반 등산객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이었다. 발견 당시 무인기에 장착된 낙하산이 펼쳐져 있었고 기체는 칡넝쿨에 걸려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6개월이 흘렀다. 그동안 무인기는 산속에 방치돼 있었다. 심마니 중 한명인 이모(53)씨는 지난달 24일 경기도 파주의 한 야산에서 소형 무인기가 발견됐다는 뉴스를 보고 자신이 산속에서 봤던 무인기를 떠올렸다. 색깔과 모양이 비슷했기 때문이다. 이에 이씨는 지난 3일 강원도 정선군 야산에서 소형 무인기를 목격했던 사실을 군에 신고했다.
군은 허위신고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신고 내용의 신빙성을 평가하기 위해 당시 같이 산에 올랐던 다른 심마니들을 접촉했고 동일한 진술을 확보한 뒤에야 4일 선발대를 현장에 급파했다. 군 당국이 신고인과 최초 목격자들을 대동하고 바로 현장을 수색하려 했으나 심마니들의 개인적인 약속 등으로 인해 6일 오전으로 미뤄졌다. 군 관계자는 “적성물자는 강제로 수거할 수 있으나 적성물자 수거를 위해 사람의 이동을 강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겨우 설득한 끝에 6일 오전 9시쯤 군 관계요원들과 중앙합동조사요원들은 심마니 3명을 대동하고 눈 내린 청옥산 현장을 수색했다. 이윽고 2시간40분 만인 오전 11시40분쯤 소형 무인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 무인기는 이씨가 신고할 당시 지난해에 찍었다고 제출한 휴대전화 사진과도 일치했다.
군 당국은 이 무인기를 수거해 분석한 결과 파주에서 발견된 하늘색 계열 삼각형 모양의 소형 무인기와 동일 기종임을 확인했다. 위성항법장치(GPS) 확인 결과 발견 장소는 정선군이 아닌 삼척시 관할이었다. 무인기를 수거했을 당시에는 카메라가 장착돼 있지 않았다. 심마니들은 기체 하부에 캐논 카메라가 장착돼 있어 이를 기체와 분리해 수거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카메라는 물이 차서 더 이상 쓸 수 없게 돼 폐기했고, 메모리카드만 빼내 기존 사진을 삭제한 뒤 개인용도로 사용했다고 했다. 군 당국은 메모리 카드를 가진 심마니가 충청도에 있어 수배하느라 애를 먹었다고 한다. 메모리카드가 지워지기 전 삼척시 광동호 등 해안지역을 촬영한 사진들이 저장돼 있었다고 한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