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세 저축상품, 부자들 세금회피 수단 전락

입력 2014-04-07 02:37


정부가 세금우대종합저축 등 저축지원제도를 축소하거나 재설계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올해 대폭적인 비과세·감면제도 정비에 나설 방침을 세운 상황에서 이 제도가 저소득층 지원이라는 본연의 목적에서 고소득층의 ‘세(稅)테크’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판단에서다.

‘2013년 조세지출예산서’에 따르면 저축지원을 위한 정부의 조세지출액은 2011년 1조3964억원에서 지난해 1조4472억원으로 매년 증가했다. 전체 조세지출액에서 저축지원 조세지출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2011년 7.4%에서 지난해 7.8%로 늘었다. 이는 미국 2.55%(2010년) 일본 0.163%(2010년) 영국 0.65%(2012∼2013년) 등 선진국과 비교해도 높은 수치다.

정부가 이처럼 저축지원제도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정책목표인 서민·취약계층 저축 장려에는 큰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다. 통계청의 2012년 가계금융복지조사의 ‘소득 5분위별 저축 현황’을 보면 소득 하위 20%의 저축금액은 총 자산의 11.0%로 2010년의 9.7%보다 1.3% 포인트 늘어난 데 그쳤다. 반면 소득 상위 20%의 저축금액은 같은 기간 16.6%에서 20.3%로 3.7% 포인트 확대됐다.

저축지원제도 중 2013년 도입된 재형저축을 제외한 장기저축성보험, 세금우대종합저축, 조합 등 예탁금에 대한 저율 과세 등은 소득이나 재산 보유 기준 가입 요건이 따로 없다. 따라서 고소득자와 고액 자산가의 절세(節稅) 수단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세법 개정으로 2013년 발생 금융소득 분부터는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 금액이 2000만원으로 낮춰져 비과세·분리과세 등의 혜택이 있는 저축지원제도가 조세회피수단으로 이용될 여지가 크다.

올해 일몰을 맞는 세금우대종합저축제도는 폐지 1순위로 거론되고 있다. 이 상품은 이자에 9%(3억원 초과분 14%)의 저율 과세를 적용해주는 상품으로 일반인이 가입할 수 있는 단순 저축지원 제도로 서민·취약계층 저축 장려와 무관하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