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콘서트 ‘두근두근’ 인기몰이 개그맨 이문재 “빵 터지는 폭발력 없지만 내 특기는 감성 개그”
입력 2014-04-07 02:35
“영화 보여줘서 고마워” “공짜 표였는데 뭘” “근데 콜라는 왜 이리 큰 걸 샀어?” “티켓 살 때 업그레이드 해주던데?” 이때 절묘하게 흐르는 음악. ‘뚜 뚜루뚜∼ 뚜 뚜루뚜∼.’
공짜 영화 표를 핑계로 여자에게 데이트를 신청한 남자는 거짓말을 들키자 부끄러운 표정을 짓는다. 여자는 그런 남자가 귀엽다는 듯 미소짓는다. KBS 2TV ‘개그콘서트’의 인기 코너 ‘두근두근’의 한 장면이다.
최근 대중문화계에 불고 있는 ‘썸’ 문화의 선두주자인 ‘두근두근’에서 ‘문재오빠’ 역할을 맡은 개그맨 이문재(32)를 지난 3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대로 소속사 사무실에서 만났다. ‘썸’은 ‘썸씽(Something)’의 줄임말. 연인이 되기 전 남녀 사이에 오가는 밀고 당기는 관계를 뜻한다.
이문재는 2011년 KBS 26기 공채 개그맨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5년 동안 대학로 개그팀 공연을 통해 실력을 쌓았지만 방송사 개그맨 공채시험에만 13번 떨어졌다. 그는 “개그를 처음 시작하려 할 때 주변 누구도 내가 개그맨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라며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조차 창피했었는데 문득 도전하지 않는다면 죽을 때 후회할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왜 그렇게 공채 시험에서 떨어졌는지 알 것 같아요. 저한테는 빵 터지는 폭발력이 있는 개그감은 없거든요. 대신 흐뭇하게 웃을 수 있는, 보는 사람을 공감하게 하는 ‘감성 개그’가 특기에요. 제 스타일을 알아봐주신 분들께 감사할 따름이죠.” 그는 지난해 6월부터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두근두근’으로 연예대상 남자 신인상을 거머쥐며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두근두근’에는 이문재와 함께 20년 지기 역할인 장효인(32), 효인 동생 역의 박소영(27)이 출연한다. 아이디어의 일등 공신은 여성 출연자들이다. 그는 “주로 여성의 심리를 대사로 풀어낸다”며 “여성 출연자들과 작가, 여자 셋이 모여 수다를 떨 듯 아이디어를 쏟아낼 때 끼어들지 못할 정도로 재밌는 얘기들이 오간다”고 설명했다.
그는 “‘두근두근’을 하면서 여자의 속마음은 종잡을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며 “물론 (남녀관계에 대해) 자신감도 조금 생겼다”며 웃었다.
이문재는 곧 새로운 코너로 시청자들을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는 “감성은 사람들을 흔들기에 가장 좋은 아이템”이라며 “‘나쁜 사람’이란 코너가 비극을 희극화 했다면 ‘두근두근’은 설렘을 표현했다. 올해도 ‘감성을 잘 건드렸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잔잔한 웃음을 드리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마지막으로 봄을 맞아 ‘썸’을 타고 있는 남성들에게 팁도 내놨다.
“좋아하는 게 아닌 척 완벽하게 연기하다 속마음을 슬쩍 보여주는 게 포인트예요. 지금 연애하고 있냐고요? 코너 끝날 때까지는 ‘노코멘트’ 할게요.”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