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미 돋보인 ‘요정’… 리듬체조 ‘여왕’에 오르다

입력 2014-04-07 04:01


소녀티를 벗은 ‘리듬체조의 요정’ 손연재(20·연세대)가 마침내 ‘여왕’ 자리에 올랐다.

손연재는 5일(현지시간)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국제체조연맹(FIG) 리듬체조 월드컵 개인종합에서 합계 71.200점(곤봉 17.550점, 리본 17.950점, 후프 17.900점, 볼 17.800점)으로 2위 멜리티나 스타니우타(벨라루스·68.150점)를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손연재는 6일 밤 열린 종목별 결선에서 17.500점을 받아 또다시 금메달을 따냈고 후프 결선에서는 동메달을 수확했다. 손연재는 개인종합 금메달로 7연속 월드컵시리즈 메달 행진을 이어갔고, 러시아선수 외에 최고 랭킹을 또다시 기록했다.

5세부터 리듬체조를 시작한 손연재는 2005년부터 3년 연속 전국소년체육대회 리듬체조부문 1위를 차지하며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냈다. 2009년에는 슬로베니아 챌린지대회 주니어부문 개인종합 우승을 하며 ‘리듬체조의 김연아’로 떠올랐다. 2010년 시니어 무대에 데뷔한 그는 4년 만에 생애 첫 개인종합 금메달을 차지하는 쾌거를 이뤘다.

‘연습벌레’ 손연재는 이번 월드컵 참가선수 36명 가운데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전 종목 17점 후반대를 기록했고, 혼자 총점 70점을 넘어섰다. 손연재의 표현력은 이미 리듬체조 국제심판 강습회에서 참고자료로 쓰일 만큼 인정받고 있다. 올 시즌 곤봉과 리본 루틴에 들어간 웨이브 등 다양한 연기 요소로 예술성을 한껏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손연재는 올 시즌 후프 종목 음악으로 루드비히 민쿠스(오스트리아)의 발레 ‘돈키호테’ 곡을, 볼 종목에는 마크 민코프(러시아)의 ‘사랑을 포기하지 말아요’를 골랐다. 곤봉에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파트리지오 부안느(이탈리아)의 ‘루나 메조 마레(바다 위에 뜬 달)’를 선택했고, 리본에는 아라비아풍의 ‘바레인’을 채택했다.

리본은 손연재의 성숙미가 돋보이는 종목이다. 지난해 차이콥스키의 ‘백조의 호수’에 맞춰 발레리나처럼 우아한 연기를 펼쳤던 손연재는 올해는 ‘아라비아의 무희’로 변신해 열정적인 무대를 선보였다.

손연재의 매니지먼트사 IB월드와이드 관계자는 “손연재가 새로 구성한 작품이 이제 성숙미를 드러내는 단계까지 들어갔다”며 “굉장히 자신 있게 연기를 펼쳐 모든 사람들이 ‘브라보’를 외칠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손연재는 리스본월드컵을 시작으로 2014 코리아컵까지 3주 연속 강행군 중이다. 오는 11∼13일 이탈리아 페사로 FIG월드컵에 출전한 뒤 15일쯤 귀국해 18∼21일 전국종별체조선수권대회에서 국내 팬들을 만날 계획이다. 26∼27일에는 리듬체조 갈라쇼인 LG휘센 리드믹 올스타즈 2014 무대에 선다. 손연재는 “리듬체조를 시작하면서 꿈꿨던 월드컵 개인종합 금메달을 따 정말 기쁘다”면서 “올해 목표인 인천아시안게임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