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채무계열 대기업 13곳 신규 편입… 현대·한라·이랜드 감시 대상 포함
입력 2014-04-07 02:19
세계적인 경기회복 지연으로 국내 대기업의 유동성 위기가 불거지고 있다. 올해 주채권은행의 관리를 받는 대기업 집단 수는 지난해보다 12곳 늘어난 42곳으로 결정됐다. 시장에서 익히 알려졌던 현대, 한라, 대성뿐 아니라 이랜드와 한국타이어 등도 감시 대상 대기업 집단에 포함됐다.
금융감독원은 6일 금융회사 신용공여(대출금·지급보증·기업어음(CP) 매입 등)액이 큰 42개 대기업 계열을 올해 주채무계열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올해에는 주채무계열 선정 기준이 금융회사 총 신용공여액의 0.1%에서 0.075%로 하향 조정되면서 신규 편입 계열 숫자가 증가했다. 한라, SPP, 현대, 한국타이어, 아주산업, 이랜드, 대성, 한솔, 풍산, 하이트진로, 부영, 현대산업개발, STX조선해양(STX 계열에서 분리) 등 13곳이 지난해까지는 주채권은행의 간섭을 받지 않았지만 올해부터는 관리 대상이 됐다.
지난해까지의 기존 주채무계열 30곳 중에서는 현대자동차, 삼성, SK, LG, 현대중공업, 포스코, 두산, GS, 한진, 롯데, 한화, 대우조선해양, LS, 효성, 금호아시아나, CJ, 동국제강, 동부, KT, 대림, 신세계, OCI, 코오롱, 대우건설, 에쓰오일, 한진중공업, STX, 세아, 성동조선 등 29곳이 그대로 유지됐다. 대한전선만이 유일하게 주채무계열에서 제외됐다. 지난해 12월 6719억원의 출자전환에 성공, 신용공여액이 기준금액 이하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주채무계열은 부실 대기업을 선제적으로 구조조정해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채권단의 의견을 바탕으로 매년 4월 금감원장이 선정·발표한다. 주채권은행은 주채무계열의 여신 규모 등을 주시하다 부실 징후가 포착되면 채권은행협의회를 구성, 처리 대책을 수립하는 수순을 밟는다.
주채무계열 신규 편입 대기업이 한 해 사이 13곳이나 늘어난 것은 유례없는 일이다. 그간 채권시장에서는 경기민감업종의 재무사정이 심상치 않다는 우려가 지배적이었다. 지난해 STX그룹의 해체, 동양그룹의 법정관리에 이어 사실상 대부분 대기업이 채권단의 관리를 받게 됐다는 평이 나온다.
채권단은 이들 대기업 42곳 가운데 부실이 특히 걱정되는 기업을 가려내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체결한다. 약정을 체결한 대기업은 경영 정상화 과정에서 채권단의 많은 간섭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부채감축 일정과 방법, 부실사업과 계열사 정리 계획 등을 주채권은행에 약속해 이행하는 등의 압박을 받는 것이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