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IC카드 활성화 좋긴 한데… 정부, 이용 늘리는데만 급급
입력 2014-04-07 03:02 수정 2014-04-07 10:16
직장인 A씨는 커피전문점에 갔다 현금IC(집적회로)카드로 결제하면 프로모션 음료의 사이즈를 무료로 업그레이드해 준다는 안내 문구를 봤다. 오래전부터 은행에서 MS(마그네틱)카드를 IC카드로 바꾸지 않으면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이용할 수 없다고 들어온 터여서 IC카드에 대해선 알고 있었지만 결제에 사용하는 건 처음이었다.
음료를 주문하고 현금IC카드로 결제하겠다고 하자 직원은 카드를 받는 대신 계산대 앞 IC결제 단말기를 가리켰다. 단말기에 카드를 꽂고 비밀번호를 누르자 곧 결제가 완료됐다. A씨는 “IC카드는 비밀번호를 넣는 절차가 있어 분실 시에도 안전할 것 같다”고 말했다.
1억건이 넘는 카드 고객정보 유출 사태로 IC카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012년 11월 도입된 현금IC카드 결제 서비스는 지난해 일평균 결제금액이 8300만원에서 올 3월 기준 2억원으로 141% 증가했다. 현금IC카드는 ATM에서 입출금이 가능한 모든 카드를 말한다.
금융 당국도 지난달 10일 ‘금융 분야 개인정보 유출 재발방지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IC카드 결제 활성화에 나섰다. 당장 내년부터 IC단말기 설치 가맹점의 IC결제가 의무화되고 2016년엔 전 가맹점으로 확대된다.
IC카드는 앞면에 금박의 칩이 붙어 있는 카드로 데이터가 암호화돼 저장되기 때문에 MS카드보다 안전하다. 종류는 현금·체크·신용IC카드 등이 있다. 대부분의 체크·신용카드에는 IC칩이 붙어 있지만 마그네틱과 겸용이라 결제 시에는 주로 마그네틱을 이용한 긁는 방식이 주로 쓰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IC단말기 보급 확장을 위해 지난 4일 국민·삼성·신한카드 등 8개 카드사 사장들을 긴급 소집해 1000억원대의 기금을 조성하라고 요구했다. 카드사들은 당장 기금 마련에 나서기로 했다. 정부가 정보유출 사태에 대한 조치로 IC결제 단말기 보급에 나서라는 뜻을 내비쳤지만 카드사들은 비용 문제로 난색을 표했었다.
당장 IC카드 이용 늘리기에만 급급한 금융 당국의 행보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IC카드는 비밀번호 입력을 통해 본인 확인을 한다는 점에서 높은 보안성을 자랑한다. 하지만 당국은 편의성을 높여 이용을 늘리겠다며 비밀번호를 입력하지 않아도 되는 신용IC카드 결제 기준을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높이는 방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IC신용카드는 5만원 이상 결제 시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하고, 현금IC카드는 무조건 비밀번호를 눌러야 한다. 보안 강화를 위해 IC단말기를 도입하면서 보안 기준을 낮춘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결제에 있어 편리성과 안전성은 모두 중요한 가치지만 2014년 현재는 정보 유출로 사회가 홍역을 치른 만큼 안전성에 좀 더 신경 써야 할 때인 것 같다”고 강조했다. 또 “유럽뿐 아니라 동남아 많은 국가에서도 결제 시 비밀번호를 입력하는데 한국은 서명도 생략하는 등 편리성에만 집중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국신용카드학회장인 상명대 이명식 교수도 “한국 사회가 너무 편의성 위주로 가다 보니 보안에 문제가 생긴 것 같다”며 “IC카드 확장은 옳은 방향이지만 보안성이 완전히 확보된 다음에 편의성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정책방향을 잡아도 늦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