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단체장 ‘유리 천장’ 이번 선거서도 못 깰까

입력 2014-04-07 02:06

1995년 첫 지방선거가 시작된 이래 여성 광역자치단체장은 한 명도 탄생하지 못했다. 여성 대통령 시대에 실시되는 지방선거에서 1호 여성 특별·광역시장 또는 도지사가 나올지 주목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선거 본선에 나가는 여성 후보조차 없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군 사관학교에서 여성 수석 졸업생이 배출되고, 각종 고시에서 여성 합격자가 절반을 넘어서며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여성 선수들이 뛰어난 활약을 펼치는 등 사회 각계에서 여풍(女風)이 거세다. 그러나 유독 지방선거에서는 여성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모습이다.

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6·4지방선거 광역단체장 선거 예비후보에 등록된 80명 중 여성은 7.5%인 6명에 불과하다. 여성 후보를 아예 못 낸 지역도 많다. 17곳 광역자치단체 선거지역 가운데 부산 인천 대전 강원 충남 경남 제주 등 13곳은 이름을 올린 여성 후보가 한 명도 없다. 시장·군수·구청장 선거도 사정은 비슷해 전체 예비후보자 1157명 중 여성 후보는 60명에 그쳤다.

최근에는 당선권에 있는 여성 후보들이 명함을 내밀기도 했다.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나경원 전 의원과 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 한명숙 의원이 각각 2011년과 2010년 서울시장 당선 문턱까지 갔다가 고배를 마셨다. 2006년에는 열린우리당 소속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 서울시장 본선에서 분투했지만 패배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꾸준히 이름이 거론되고, 여론의 관심을 받는 여성 후보는 새누리당에서 서울시장을 향해 뛰고 있는 이혜훈 최고위원과 경기도지사에 김영선 전 의원, 새정치연합에서는 전북도지사에 조배숙 전 의원 정도다. 하지만 이들은 다른 유력 후보에 비해 지지율이 뒤처져 있는 상태다. 김 전 의원은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방자치에 여성의 당당함, 유연함, 솔직함이 반영된다면 지역살림의 질이 개선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방선거에서의 여성 품귀 현상에 대해 아직도 보수적인 분위기가 강한 지방 정서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여성 시장·도지사는 안 된다”는 여론이 여전해서 그나마 수도권을 제외하면 유력한 여성 후보가 나오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 같은 지역 분위기는 ‘유리 천장’이 돼서 여성 정치인·공직자의 성장을 힘들게 만든다고 한다.

새누리당의 한 여성 의원은 “여성으로서 지역 활동을 하다 보면 한계를 느낄 때가 많다”며 “여기저기서 술도 많이 마셔야 하고 지역 유력 인사들과 친분도 다져야 하는 등 남성 중심적 문화에 여성들이 맞춰야 하는데 이마저도 ‘어디 여자가…’라며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분이 많다”고 전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