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국정원 합동신문센터 첫 공개] 탈북자들의 첫 거주공간… 조사실서 운명 결정
입력 2014-04-07 04:02
경기도 시흥의 모처에는 간판 없는 정체불명의 회색건물이 서있다. 자유를 찾아 온 탈북자들이 우리 땅에서 공식적으로 머무는 첫 공간, 국가정보원의 ‘중앙합동신문센터(이하 합신센터)’다. 국정원은 최근 신문 과정에서의 가혹행위 논란이 일자 지난 4일 이례적으로 합신센터를 언론에 공개했다.
◇처음 모습 드러낸 최고 보안 시설=합신센터는 철조망이 감긴 2m 높이의 담장과 검은 옷의 경비원들로 둘러싸여 있었다. 산 중턱에 위치했고 인근에 다른 건물은 보이지 않았다. 기자들은 정문에서 지니고 있던 휴대전화와 노트북을 반납한 뒤 신원 확인까지 마치고서야 건물 내부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이곳의 보안등급은 ‘가’급으로 청와대와 동일한 최고등급의 국가보안 목표시설이다.
두꺼운 센터 철문이 열리자 보이는 건 온통 태극기였다. 가로등마다 두 개씩 태극기가 좌우로 휘날렸고 길가에도 태극기가 그려진 바람개비 수십개가 돌고 있었다. 잔디밭에는 소형 태극기를 꽂아 한반도 모양을 만들었다.
정문에서 800븖쯤 들어가자 탈북자들이 지내는 심사·사무·숙소·교육후생동이 보였다. 탈북자들은 입소 후 4인실에서 지내며 건강관리를 받은 뒤 1인실(독거방)로 옮겨 조사를 받는다고 한다. 1인실은 16㎡(5평) 정도의 고시원과 흡사한 구조였다. 방안에 벽걸이 TV, 책상, 에어컨, 달력, 침대, 시계 등이 비치돼 있었고 간단한 샤워 시설이 구비된 화장실도 있었다. TV는 지상파채널, 종합편성채널, 케이블채널 등이 나온다. 북한 주요 인사나 장기간 조사가 필요한 탈북자들은 33㎡(10평) 규모의 1인실에서 지낸다.
◇탈북자들의 운명을 좌우하는 곳=탈북자의 지위와 운명은 20㎡ 남짓한 조사실에서 결정된다. 조사실은 조사관이 탈북자를 마주보고 신문할 수 있도록 방 가운데 탁자가 2개 놓여 있었다. 컴퓨터와 TV, 탈북경로를 파악하기 위한 지도 등이 비치돼 있고, CCTV도 설치돼 있었다. 조사기간 탈북자들이 격리돼 함께 온 아이들이 지낼 수 있는 놀이방이 별도로 마련돼 있었다.
중요 대북첩보가 있는 탈북자는 좀 더 넓은 합동 조사실로 간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피고인 유우성씨의 여동생 가려씨도 이곳에서 조사를 받았다. 결핵 등 전염병을 앓는 탈북자들은 유리 칸막이가 설치된 ‘격리조사실’에서 신문을 받는다. 이들은 조사가 끝나면 다시 4인실로 옮겨 하나원 입소를 준비한다고 한다. 센터에 들어오는 건 자유지만 조사가 끝날 때까지는 누구도 허락 없이 이곳을 나갈 수 없다. 대개는 1~2개월 머물지만 대공 의심인물은 최장 6개월간 조사를 받는다.
인터뷰가 허락된 탈북자들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선생님(국정원 조사관)들이 항상 잘해주신다. 폭행이나 가혹행위는 전혀 없었다”고 했다. 이들은 5일간의 조사를 마치고 모두 하나원행이 사실상 확정된 이들이다. 한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측은 “국정원이 간첩 증거 조작 사건의 범죄행위에 대한 비난여론을 무마하려는 의도로 센터를 공개했다”고 반발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