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군은 북한의 소형 무인기 침투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정보, 탐지, 타격, 상황 평가 등에서 총체적인 문제점을 드러냈다.
북한의 소형 무인기 운용 실태에 대해 뒤늦게 상황 파악에 나섰고 전력 공백이 드러난 소형 무인기 탐지 및 타격 수단을 서둘러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소형 무인기의 안보 위협에 대해서도 처음엔 초보적인 수준이라고 과소평가하는 등 상황 인식이 안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뒤늦게 심각성 인식한 군=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7일 전군주요지휘관회의를 소집한 것은 우리 군이 북한 무인기를 실질적인 위협으로 판단해 안보상황의 엄중함과 심각성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세 번째 무인기가 발견되고 나서야 전군주요지휘관회의가 열리는 것이다. 군 수뇌부는 상황 판단이 안이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김 장관은 지난 4일 국회 대정부 질문 답변에서는 “현재 초보적 사진촬영 정도라면 구글 사진과 유사한 수준이므로 아직 안보상에 심각한 위협으로는 평가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불과 사흘 만에 입장이 180도 바뀐 것이다.
또 북한 소형 무인기의 추가적인 침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7일부터 전 부대가 동시 수색정찰을 실시키로 한 것도 때늦은 대응이라는 지적이다. 경기도 파주에 추락한 무인기에서 대공 용의점이 발견된 직후 전방위 수색이 이뤄졌어야 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북한의 소형 무인기가 서울 상공과 서해, 동해까지 침투해 촬영했다는 것은 무인기의 작전 범위가 남한 내 전 지역으로 확대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정찰 대상 역시 군부대는 물론 청와대, 원자력발전소 등 주요 국가 보호시설까지 포괄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군 당국은 6일에서야 새로운 시각에서 소형 무인기를 이용한 축선별 예상침투 경로를 정밀 분석하겠다고 밝혔다.
◇군, 무인기 정보 깜깜이=지난해 10월 민간이 발견한 소형 무인기를 6개월이 지난 뒤에야 수거했다는 사실은 대북 군사정보에 대한 취약점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무인기가 추락하지 않았거나 주민의 신고가 없었다면 우리 군은 소형 무인기의 침투 사실 자체를 까맣게 몰랐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번 무인기는 신고자 이모(53)씨가 카메라를 폐기하고 촬영 사진 저장용 메모리카드마저 지운 상태여서 어떤 시설이 촬영됐는지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씨가 지웠다는 메모리칩을 가져와 복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인기가 촬영한 사진들이 완전히 복구될지는 미지수다. 이처럼 군이 초동대처에 실패한 것은 북한의 소형 무인기 운용실태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유승민 국회 국방위원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보고를 받아 보니 국방부는 북한이 소형 무인기를 언제, 얼마나, 어떤 지역에 보내 정찰했는지 모르고 있더라”고 말했다.
우리 군 당국이 첨단 무기 확보에만 혈안이 돼 있는 동안 저급한 소형 무인기를 침투시킨 북한에 허를 찔렸다는 지적도 있다. 첨단 무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허점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
[북한 무인기 또 발견] 허찔린 軍, 뒤늦게 ‘실질적 위협’ 판단… 대책 허둥지둥
입력 2014-04-07 04:02 수정 2014-04-07 1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