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메이저 갤러리 도쿄화랑이 30대 화가 이강욱을 초대한 까닭은

입력 2014-04-07 02:33


“이우환 박서보 서승원 등 1970∼80년대 한국 미술시장을 풍미했던 단색조 회화의 계보를 잇는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재료와 형식은 서양화이지만 정신과 내용은 동양적인 작품이지요.”

5일 오후 5시 일본 도쿄 시내 중심에 위치한 도쿄화랑에서 이강욱(38·사진) 작가의 초대전이 개막됐다. 일본의 메이저 갤러리인 도쿄화랑의 야마모토 고우(65) 대표는 30대 젊은 한국작가의 개인전을 개최하게 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 작가의 초대전은 2008년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작가인 이우환 화백 이후 한국작가로는 6년 만에 여는 전시다. 지금까지 도쿄화랑에서 한국 작가 초대전은 70, 80대 중진 및 원로작가 중심이었다. 26일까지 이어지는 전시에는 ‘보이지 않는 공간(Invisible Space)’이라는 제목으로 작업한 신작 등 50여점이 출품됐다. 전시 오픈 행사에는 한국과 일본의 미술계 인사를 비롯해 관람객 등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1950년 개관한 도쿄화랑은 70년대부터 한국작가의 전시를 마련해 한·일 미술교류 확산에 힘썼다. 특히 이우환 화백은 73년부터 2008년까지 12차례 개인전을 열어 국제적인 작가로 나아가는 데 발판이 됐다. 이 화백 외에도 김환기 김창열 심문섭 이강소 등의 개인전 및 단체전을 통해 한국미술을 일본에 알리는 데 기여했다.

선친으로부터 화랑을 물려받은 야마모토 대표는 “각국의 여객기가 드나드는 공항처럼 화랑은 여러 나라의 작가를 소개하고 국제무대로 내보내는 역할을 하는 공간”이라며 “추상과 구상이 접목된 이강욱 작가의 가능성을 보고 전시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홍익대에 다니던 시절, 국내 권위 있는 공모전을 휩쓴 이 작가의 작품은 분명하게 드러나는 형상이 없는 추상화에 가깝다. 현미경으로 들여다 본 식물의 세포 등을 화면에 옮긴다. 멀리서 보면 광활한 우주 같다. 미시세계를 통해 거시세계를 단색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2009년 영국으로 유학을 떠나 작업과 학업을 병행하고 있는 그는 전시 때마다 솔드아웃(매진) 행진을 이어갔다. 지난해 말 싱가포르에서 가진 개인전에서도 40여점이 완판(완전판매)됐다. 이번 전시에서도 일본의 컬렉터들이 작품을 다수 주문한 상태라고 한다.

작가는 “작고 보잘것없는 공간을 통해 인간의 삶을 들여다보는 작품 이미지에 관람객들이 관심을 보이는 것 같다”며 “기라성 같은 선배 작가들의 계보를 잇는다는 평가가 부담스럽지만 한국 현대미술의 새롭고 젊은 스타일을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도쿄=글·사진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