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파일] 봄 불청객 알레르기

입력 2014-04-07 02:24


알레르기 환자에게 봄은 달갑지 않은 계절이다.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요인이 다른 계절에 비해 많기 때문이다. 꽃가루는 물론, 황사, 미세먼지 등 몸 컨디션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도처에 널려 있다.

그렇다고 알레르기를 계절 탓, 환경 탓으로만 돌리고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또 다른 형태의 알레르기 질환을 얻게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유아기적 알레르기 질환이 비염과 천식, 결막염 등으로 이행하는 과정을 ‘알레르기 행진’ 이라고 한다. 만약 아이가 알레르기 소인을 약간이라도 갖고 있다면 지금 당장 치료를 시작해야 하는 이유다.

알레르기 행진이란 알레르기 질환이 순차적으로 나타나는 것을 뜻한다. 영아에게서 발생하는 아토피 피부염이나 식품 알레르기가 절정을 이루다가 수그러들면서 알레르기성 비염이 발생하고, 이것이 다시 알레르기성 천식의 형태로 옮겨가는 식이다.

5세 이전 아토피 피부염 진단을 받은 소아 환자를 7세까지 추적 관찰한 결과 천식과 알레르기성 비염 발생률이 각각 43%, 45%에 달했다는 보고가 있다. 아토피피부염이 장차 발생할 호흡기 알레르기 질환에 대한 발병 예측 지표로 활용되기도 하는 까닭이다. 실제 알레르기 행진에 관한 기존 연구를 토대로 봤을 때 아토피 피부염과 식품 알레르기는 생후 2년 동안 가장 발생빈도가 높고, 호흡기 알레르기 질환은 그 이후에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봄철 알레르기 질환의 원인이 되는 것들은 대부분 풍매화의 꽃가루다. 자작나무나 오리나무, 밤나무, 참나무 등은 국내 환자들에게 꽃가루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대표적인 나무들이다. 만약 해마다 봄철에 알레르기 증상이 심해진다면 근처 산 등에서 날아온 풍매화 꽃가루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일반 가정에선 집 먼지 진드기도 조심해야 한다. 집 먼지 진드기는 이불 소파 등 천 소재에 주로 서식하는 벌레다. 알레르기가 있다면 이불을 자주 햇볕에 말려 소독하고, 소파는 천보다 가죽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침대에서 애완동물과 함께 자는 행위도 삼가야 한다.

알레르기는 방치하면 그대로 지속되는 수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심각한 단계로 계속 악화되고 합병증까지 유발하는 질병이다. 따라서 증상을 느끼는 즉시 방치하지 말고 병원을 찾아 더 이상 진행되지 않도록 적절한 억제 대책을 강구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상표(가천대길병원 호흡기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