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특수고용직 산재보험 가입에 예외 없어야

입력 2014-04-07 02:51

사용자측 반발·로비에 밀려 보험 사각지대 방치할 건가

보험설계사 학습지교사 골프장캐디(경기보조원) 레미콘기사 택배기사 퀵서비스기사 등 6개 직종은 ‘특수형태 근로 종사자’로 간주된다. 모두 44만3000여명에 이르는 이들 특수형태 고용직(특고)은 여러 면에서 노동관계법상 보호의 사각지대에 있다. 정부는 이들에게 우선 산업재해보험이라도 가입하도록 해야 한다는 여론에 따라 2008년 특수고용 산재특례제도를 도입, 이들의 산재보험 가입을 ‘원칙적’으로 의무화했다. 그렇지만 대부분 특고 노동자들에게 산재보험은 여전히 그림의 떡이다. 이들의 산재보험 가입을 실질적으로 의무화하는 산재보험법 개정안은 지난 2월 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반대로 통과가 무산됐다.

산재 특례제 도입 6년이 지난 지금 특고 6개 직종의 산재보험 가입률은 지난해 말 기준 평균 9.8%에 그치고 있다. 노동자가 자발적으로 산재 ‘적용제외’ 신청을 하면 사용자의 산재보험 가입 의무를 면제하는 특례조항 때문이다. 게다가 보험료를 전액 사업주가 부담하는 일반 노동자와 달리 특고는 피보험자가 보험료의 절반을 부담하게 돼 있다. 그런데도 사업주들은 산재보험료를 내지 않기 위해 산재 적용제외 신청을 강요하거나 허위 서류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악용해 왔다.

특고 종사자 수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보험설계사가 33만4000여명으로 가장 많고 학습지 교사 5만9000명, 골프장 캐디 2만4000여명으로 이들 3개 직종이 거의 대부분(약 94%)을 차지한다. 그렇지만 직종별 산재보험 가입률을 보면 골프장 캐디 4.1%, 학습지 교사 8.1%, 보험설계사 8.4%, 레미콘 기사 30.3%, 택배 기사 39.6%, 퀵서비스 기사 56.3% 등이다. 즉 종사자 수가 많은 직종의 산재보험 가입률이 훨씬 더 낮은 것이다. 가입률이 워낙 낮다 보니 골프장 캐디가 골프공에 맞아 크게 다치거나 퀵서비스 기사가 배달하다 사고를 당해도 산업재해로 인정받지 못하는 일이 숱하다.

이런 현실 탓에 노동계는 적용제외 신청제도를 폐지하거나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고 꾸준히 요구해 왔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특수고용직 근로자의 산재보험과 고용보험 가입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이에 따라 최봉흥 새누리당 의원이 산재 적용제외 신청을 질병, 출산 등에만 허용하는 내용을 담아 발의한 법 개정안이 지난 2월 임시국회 때 여야 합의로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했다. 그런데 법사위에서 발목이 잡힌 것이다. 보험설계사들을 단체보험에 가입시키고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 손해보험사들의 반대 로비와 일부 의원의 동조 탓이다.

산재보험은 원칙적으로 모든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사회보장제도다. 산재와 직업병의 치료, 경제적 부담을 사업주 판단이나 보험료에 따라 보장 범위가 제한되는 민간 보험에만 맡길 수는 없다. 현재 산재보험법 개정안은 법사위 2소위에 배정돼 있다. 22일 열릴 예정인 법사위 2소위는 정부와 대부분 국회의원이 찬성하는 법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