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靑 입장표명으로 기초선거 공천 논란 끝내자
입력 2014-04-07 02:41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둘러싼 여야의 공방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내에서는 여당이 끝내 정당공천을 강행할 경우 지방선거를 보이콧하자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채 두 달도 남지 않은 6·4지방선거가 정책대결 대신 룰 싸움에 매몰돼 있다는 건 우리 정치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여야는 지난 대선을 앞두고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공약했다. 정당공천제를 유지함으로써 주민생활과 밀접한 기초단체 자치까지 중앙정치에 예속되는 폐단을 없애자는 취지에서였다. 정당공천에 따른 부정적 측면보다 긍정적 효과가 많았다면 여야가 경쟁적으로 그런 공약을 했을 리 없다. 공약을 했으면 불가피한 사유가 발생하지 않는 한 실천에 옮기는 것이 정치의 기본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에 정치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깊어지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의 선택은 옳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안철수 공동대표가 사전 약속 없이 불쑥 청와대를 찾아가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는 건 정치도의에 어긋난다. 아무리 정치 초년생이라지만 안 대표도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의 만남은 그에 맞는 의전과 절차를 따라야 한다는 걸 모르지 않을 것이다. 안 대표의 돌출행동은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과 공천 유지를 주장하는 당내 불만세력을 압박하려는 정치적 쇼로 보인다.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6일 “경기 중에 룰을 바꾸는 나라는 없다”며 기초선거 공천 방침을 거듭 확인했다. 정당의 책임정치 구현을 위해서는 공천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새누리당의 논리가 전혀 근거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국민과 한 약속을 번복하려면 최소한 당 차원의 사과와 국민이 납득할 만한 해명이 있어야 한다. 최경환 원내대표의 형식적인 사과로 이 문제를 어물쩍 매듭지으려는 태도는 국민을 무시한 오만함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청와대가 입장을 내놓을 차례다. 제1야당 대표의 요구에 가타부타 의사를 표시하는 게 옳다. 마냥 무시한다고 해서 수그러질 일이 아니다. 더욱이 기초선거 공천 폐지는 박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건 사안이다. 당사자인 만큼 공약 폐기에 따른 입장을 밝히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다. 불가피한 사유가 있다면 그 사유를 설명하고 국민에게 이해를 구하면 된다. 야당을 국정의 동반자로 생각한다면 안 대표가 요구한 7일까지 답을 주면 더 좋을 듯하다.
이제 시간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선거법 개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각당은 자신의 주장과 배경을 국민 앞에 분명히 밝히고 그로써 국민의 심판을 받으면 그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