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남혁상] 정상들의 취미
입력 2014-04-07 02:15
취미란 개인이 즐거움을 얻기 위해 좋아하는 일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취미는 개인의 성향과 엇비슷한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평소 드러나는 품성과는 전혀 다른 성격의 취미를 가진 사람도 많다. 정해진 원칙이나 법칙 따위는 존재하지 않고, 예외성이 많은 것이 취미다.
고대국가의 지도자들이 통상적으로 가진 취미는 그림과 글쓰기였다. 특히 이런 취미는 중국을 비롯한 동양국가들에서 주로 눈에 띈다. 중국 문화예술의 황금기였던 북송시대의 휘종은 서화에 뛰어났다. 특히 그림 솜씨가 워낙 뛰어나 ‘풍류천자(風流天子)’로 불렸다.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는 뛰어난 화가였고 작가였다. 1953년 노벨문학상까지 수상했다. 이라크 독재자였던 사담 후세인도 2002년 ‘자비아와 왕’이라는 소설을 펴내기도 했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는 젊은 시절 유람선에서 노래를 부르던 가수 출신답게 피아노, 기타 등을 직접 연주한 앨범을 낼 정도로 음악광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도 음악 감상, 특히 팝가수 엘비스 프레슬리의 열혈 팬이다. 2005년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에서 축가로 프레슬리 노래를 부르고 이듬해 미국 방문 길에는 테네시주의 프레슬리 생가를 찾을 정도였다.
스포츠광도 많다. 자크 시라크 전 프랑스 대통령의 한때 꿈은 스모선수였다. 그는 엘리제궁에서 녹화된 스모 경기를 시청하는 것을 낙으로 삼았다고 한다. 미국에 적대적이었던 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역설적이게도 미국 스포츠인 야구에 푹 빠져 있었다. 그의 어릴 적 꿈도 미국 메이저리그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뛰는 것이었다고 한다.
현대 중국에선 수영을 좋아하는 지도자들이 많다. 양쯔강을 직접 헤엄쳐 건넜다고 알려진 중국 1세대 지도자 마오쩌둥은 수영을 국민스포츠로 권장했다. 장쩌민 전 국가주석도 97년 방미 중 하와이 와이키키 해변에서 수영복 차림으로 수영을 즐겼다고 한다.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화가로 변신했다. 자신이 직접 만났던 세계 각국 지도자들의 초상화를 그려 전시회까지 최근 열었다고 한다. 일방주의적 외교를 주도해 자국 내에서도 독불장군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부시 전 대통령에게서 이젤 앞에 차분히 앉아 그림을 그리는 화가의 이미지를 떠올리기란 쉽지 않은데 뜻밖이다. 취미의 예외성은 여기서도 적용되는 듯하다.
남혁상 차장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