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 재정 공개하는 ‘가이드스타’ 박두준 사무총장 “NGO 고도의 투명성 요구는 세계적 추세”
입력 2014-04-07 02:15
“내가 낸 후원금이 아프리카의 아이들에게 제대로 전달되는지 의심스럽다”고 토로하는 이들이 점점 늘어간다. 최근에도 유엔 산하의 국제적인 NGO에서 재정 비리가 밝혀졌고, 사상 최대의 모금이 이뤄진 아이티 대지진 구호 캠페인도 적십자 등에서 잡음이 불거졌다.
이런 사건이 터질 때마다 후원을 취소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원을 받아오던 어린이들에게 돌아간다. 이미 모금 경쟁에 내몰린 NGO들은 더 많은 비용을 들여 더 큰 캠페인을 벌인다. 이런 악순환에서 빠져나올 방법은 없을까.
한국가이드스타의 박두준(53) 사무총장을 2일 서울 신촌 사무실에서 만났다. 한국가이드스타는 국세청에 신고된 NGO들의 재정 관련 정보를 인터넷에 공개하고 있다. 가이드스타는 미국 NGO들의 재정을 공개하는 단체다.
-재정 공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이유는 무엇인가.
“2004년 아이들과미래 재단에서 일을 시작했다. 당시 연간 모금 규모가 5억원 정도로 크지 않은 단체였다. 그래도 소외계층 어린이들의 교육과 생활을 지원하는 활동을 무척 알차게 하고 있었다. 작지만 성실한 단체들이 나름대로 평가를 받을 길이 없더라. 외국 사례를 찾다가 가이드스타를 발견했다. 이사장인 송자 전 연세대 총장께 건의해 추진하게 됐다.”
아이들과미래 재단은 지난해 64억원을 모금했다. 이렇게 급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모금과 활동에 관한 모든 내용을 인터넷에 공개하면서 투명성을 강조한 덕분이라고 박 총장은 말했다.
“작은 단체들이 성장하려면 후원자들에게 신뢰를 얻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다른 NGO들도 이런 시스템을 도입하면 당장은 조금 불편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큰 혜택을 받을 것으로 생각한다.”
-한국가이드스타는 어떤 곳인가.
“2005년부터 미국의 가이드스타와 교류를 해왔다. 한국에 이런 시스템을 도입하고 싶다고 했더니 정부의 협조가 필수적이라고 하더라. 그래서 기획재정부를 찾아갔다. 정부도 취지에 공감했고 2007년에 공익법인 결산공시법이 통과됐다. 모금활동을 하는 모든 비영리 기관은 재정을 공개하도록 의무화했다. 미국 영국에 이어 한국이 세계에서 세 번째다. 이듬해 한국가이드스타를 설립했다. 국세청에서 공개하는 자료를 받아 이를 보통 사람들도 알기 쉽게 보여주는 것이 우리의 일이다.”
박 총장은 “우리나라도 상장기업의 임원 연봉이 공개됐는데, 미국은 비영리단체 임원들도 연봉을 공개한다”며 “NGO에 상장기업이나 정부 수준의 투명성을 요구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라고 강조했다.
-미국·영국과 우리나라 외에 다른 나라는 어떤가.
“호주와 캐나다도 우리 뒤에 비슷한 법을 만들었다. 정보기술의 발달로 온라인에 올려놓기만 하면 되니까 제도도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런 흐름은 앞으로 더 강화될 것이다.”
-대부분의 NGO들이 지금도 연례보고서를 후원자들에게 보내고 있다.
“문제는 각 단체별로 자기 입맛대로 공개한다는 점이다. 올해부터는 국세청에서 공시한 표준 양식에 맞춰 재정 보고를 해야 한다. 올해 재정 내역이 공개되는 내년부터는 후원자들이 더 쉽게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연례보고서를 봐도 사실 잘 모르겠다.
“앞으로는 시민들도 비영리단체의 정보를 어떻게 확인하고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 현명한 기부자가 되도록 교육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청소년들에게도 교육시켜야 한다. 시민으로서 의무와 권리다.”
-가이드스타 본부가 있는 미국은 어떤 기준으로 NGO들의 재정을 평가하고 있는가.
“미국에선 통상 ‘70대 30’을 이야기한다. 구호·사회개발 활동과 직접 상관이 없는 관리비나 모금활동비가 지출의 30%를 넘으면 문제가 있다고 본다. 물론 각 단체마다 특징이 있기 때문에 30%까지는 써도 괜찮다는 주장도 있지만, 그 비율이 적을수록 효율이 높다고 본다. 유니세프의 사업관리비가 23% 수준이다.”
-한국은 NGO의 간접비용을 15% 이내로 제한하고 있는데, 그만큼 돈을 아껴 쓰고 잘 관리하고 있다고 봐도 되나.
“그것도 기준에 따라 다르다. 간접비용이 10%라면 1만원을 모금하고 전달하는 데 드는 비용이 1000원이라는 얘기인데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싶다.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한국 NGO들도 15∼20% 정도를 모금비와 인건비 관리비에 쓰는 것으로 집계되지 않을까.”
-후원자들이 NGO의 활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 내가 3만원을 내면 전액 후원 어린이에게 전달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현장에서 일하는 활동가나 지원업무를 맡은 사람들의 몫이나 지역사회 개발 등에도 일정 몫이 쓰여야 한다는 점도 감안해야 하지 않나. 또 단체의 규모나 활동 내용에 따라 돈을 쓰는 기준도 다를 수밖에 없다.
“후원자들도 그런 점을 이해해야 한다. 전문가들이 일하기 때문에 적정한 인건비를 줘야 하고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려면 광고비도 써야 한다. 그런 부분도 필요하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NGO들도 후원자들을 모집할 때 이런 점을 솔직하게 설명해야 할 필요가 있다. 소통이 더 필요하다.”
-1∼2년 전부터 NGO들의 모금액이 크게 늘지 않고 있다. 모금 경쟁도 치열해져서 이제는 TV나 인터넷에서 NGO들의 광고를 보는 것도 낯설지 않게 됐다.
“연간 100억원 이상을 모금하는 단체가 우리나라에 10곳 정도 있는데 이들끼리는 경쟁이 심하다. 모금을 위해 국민과 직접 소통해야 하니까 대중매체를 활용할 수밖에 없다. 이런 내역도 이제는 다 공개를 해야해 각 단체들이 스스로 조절하게 될 것으로 본다.”
-긴급구호를 위해 모금할 때는 열심히 하지만 그걸 어디에 썼고 어떤 성과가 있는지 알려주는 데는 인색하다.
“사실 재난재해 복구는 몇 년씩 걸린다. 후원자들은 즉각 자신의 돈이 제대로 쓰였는지 알고 싶겠지만 기다려야 할 필요도 있다. NGO들도 모금에 비해 보고에는 약하다. 홈페이지에 코너를 만들어서 1년에 한두 번씩이라도 관련 내용을 꾸준하게 업데이트 해주고 캠페인별로 사업보고서를 발간해야 한다. NGO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모금하는 내용은 잘 만들었는데, 돈을 쓴 것을 공개하는 내용은 빈약하다.”
-오랫동안 시민단체에서 활동해 왔는데 그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나.
“지식과 능력을 갖춘 젊은이들이 비영리기구에 들어오고 있다. 정부와 시민, 기업의 성원도 더 커졌다. 한국의 NGO는 앞으로 정부·기업과 함께 우리 사회를 이끄는 한 축으로 성장할 것이다. 똑똑하고 사명감을 가진 후배들이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고 싶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