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띠 55득점 원맨쇼… GS칼텍스 6년 만에 정상 탈환
입력 2014-04-05 04:02
적장 이정철 IBK기업은행 감독은 GS칼텍스 외국인 선수 베띠(도미니카)를 삼성화재 레오에 빗대 ‘여자 레오’라고 불렀다. 그만큼 베띠가 방어하기 힘든 선수라는 것이다.
그의 우려대로 베띠는 4일 경기도 화성종합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3~2014 프로배구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 무려 55점을 혼자 책임지며 팀의 3대 1(27-25 25-21 22-25 29-27) 승리를 이끌었다. 자신의 챔피언결정전 최다득점 기록을 1점 경신한 신기록이다. 이어 기자단 투표에서 총 28표 가운데 25표를 얻어 최우수선수(MVP)로도 선정됐다. 3승2패를 기록한 GS칼텍스는 6년만에 정상에 오르며 두 번째 우승트로피를 거머쥐었다. GS칼텍스의 우승에는 중동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다 한국팀을 처음 맡은 이선구(62) 감독의 지도력도 큰 힘으로 작용했다.
◇베띠의 3수=베띠의 한국 도전은 3번째다. 한국 무대에 데뷔한 2008~2009시즌 베띠는 GS칼텍스를 정규리그 1위에 올려놨다. 하지만 챔프전에서는 김연경(페네르바체)과 카리나(푸에르토리코)로 구성된 흥국생명 쌍포의 힘에 무너졌다. 지난 시즌에도 알레시아-박정아-김희진으로 구성된 기업은행의 화력에 밀려 또 다시 준우승에 머물렀다. 이번 시즌에도 GS칼텍스와 함께 한 베띠는 정규리그 2위로 플레이오프를 거쳐 기업은행과 챔피언결정전에서 다시 만났다.
베띠는 챔프전 4차전까지 평균 57.2%의 공격점유율로 166득점을 올리면서 승부를 5차전까지 끌어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2차전 공격 성공률이 33.3%로 떨어졌지만 3차전에 47.0%까지 끌어올렸다. 1승2패로 벼랑 끝에서 치른 4차전에는 50.5%로 가장 높은 성공률을 기록하며 44득점을 올렸다. 마지막 승부에서 베띠는 성공률이 40.90%로 다소 떨어졌음에도 무려 55점을 올리는 괴력을 발휘했다. 5차전까지 팀이 거둔 455점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221점을 베띠가 홀로 책임졌다.
◇중동 배구 전도사=이선구 감독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지역에서 20여 년간 선수와 지도자 생활을 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한양대에서 선수생활을 했던 이 감독은 1978년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UAE에 진출했다. 1980년에는 쿠웨이트 알 아라빅에서 감독에 오른 이래 중동 6개 클럽에서 모두 14차례나 우승을 이끌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1993년과 1995년에는 사우디와 쿠웨이트 대표팀을 지휘하기도 했다. 귀국한 뒤에는 대한배구협회 강화이사와 한국배구연맹(KOVO) 경기감독관 등을 거쳐 2010년 6월부터 KOVO 경기운영위원장을 맡았다. 2010~2011시즌 꼴찌를 기록한 GS칼텍스는 화려한 감독 경력과 행정 능력을 두루 갖춘 그를 사령탑으로 영입했다.
서완석 국장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