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시의 GWDC 모험] 예산 25배 넘는 대야망 ‘제2 한강의 기적’ 이룰까

입력 2014-04-05 02:18


서울 광진구에 접해 있는 경기도 구리시가 총 사업비 10조원 규모의 초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한강변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해제한 대규모 부지에 구리월드디자인시티(GWDC)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2000여개 해외 기업 등을 유치해 아시아 최초의 국제디자인시티를 조성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다. 연간 예산이 4000억원을 조금 웃도는 기초단체가 주도하기에는 벅차 보인다는 우려의 시선도 있지만 구리시는 ‘제2의 한강의 기적’을 만들겠다며 사업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구리월드디자인시티(GWDC) 건설 사업은

구리시는 토평·교문·수택동 172만1000㎡에 2020년까지 10조원을 투입해 GWDC를 건설하는 사업을 2009년부터 진행 중이다. GWDC는 호텔이나 고급 건축물에 사용되는 실내장식, 가구, 조명, 마감재 등을 주문 생산하고 유통하는 대규모 월드디자인무역센터가 핵심 시설이다. 센터에는 관련 기업 2000여개가 입주하며 주변에는 디자인 학교, 외국인 전용 주거단지, 특급호텔 3개, 국제학교, 국제상업지구, 7558가구의 주거단지 등이 조성선다. 디자인산업 중심의 소규모 자족형 국제도시가 들어서는 것이다.

사업 주체인 구리시도시개발공사는 우선 2016년까지 2조1000억원을 들여 도로, 수도 등 GWDC 건설을 위한 기반시설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후 국제유치자문위원회(NIAB)가 중심이 돼 디자인센터 건립과 해외 기업 유치 등 도시의 세부 내용을 채워나가게 된다.

구리시는 사업이 성공할 경우 대규모 해외 투자 유치와 11만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으로 추정했다. 또 연간 180만명에서 300만명에 이르는 방문객이 찾는 아시아의 ‘디자인 수도’로 부상하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남양주시 등 구리시 인근에 약 600여개의 관련 공장들이 들어서게 돼 이 사업은 경기 북부지역 전체 경제의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구리시는 국제 디자인 관련 유수 기업들이 입주를 희망하고 있어 사업성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사업 추진의 또 다른 주체 NIAB의 역할은

NIAB는 구리월드디자인시티 조성에 대한 자문과 외자 및 입주기업 유치를 목적으로 2010년 10월 조직된 또 다른 사업주체다. 미국 내 건축·디자인·도시계획 관련 그룹, 미디어 그룹, 구매 전문 매니저, 투자그룹 등의 CEO 66명으로 구성돼 있다. NIAB는 외국 자본과 2000여개 외국 기업 유치, GWDC 운영에 핵심인 연간 운영 프로그램(엑스포, 콘퍼런스 등) 유치 및 운영을 책임진다.

구리시에 따르면 NIAB는 2011년 20억 달러 규모의 외자 유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연 50회 엑스포 및 트레이드 쇼, 연 60회의 콘퍼런스 등 GWDC 운영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또 60여개 핵심 주력 기업을 포함해 2000여개 해외 기업 유치 MOU를 체결했다.

박영순 구리시장은 지난달 18∼19일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NIAB 제8차 정기회의에 참석해 GWDC 조성 사업 추진을 위한 행정절차 진행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관련 정보를 수집해 돌아왔다. 박 시장은 “이번 회의에서는 투자자 컨소시엄에 들어 있는 업체들의 명단이 처음 공개됐다”면서 “GWDC의 외자 유치나 투자자 실체 등에 대한 의구심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린벨트 해제와 친수구역 지정이 관건

사업 성패는 그린벨트 해제와 친수구역 지정 여부에 달려 있다. 도시 건설을 위해서는 사업 대상 부지의 92%를 차지하는 그린벨트 해제가 선결돼야 한다.

시는 2012년 12월 국토교통부에 그린벨트 해제 및 친수구역 지정을 요청하는 행정 절차에 착수했지만 1년이 넘도록 표류하고 있다. 시·도 도시계획위원회 자문과 관계부처 및 기관 협의 등을 마치고 국토부 중앙도시계획위원회에 안건을 상정, 지난 연말 2차 심의까지 진행했지만 결론이 나지 않았다. 보완 지시가 내려져 3차 심의를 준비하고 있지만 최근 경기·서울·인천지역 환경단체들과 서울시·인천시·성남시 등 한강 주변 지자체들이 상수원 오염이 우려된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하고 있어 안건 통과를 기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구리=정수익 기자 sag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