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내용과 파장
10대 초반인 일본의 초등학교 5·6학년 학생들이 사용하게 될 모든 교과서에 ‘독도는 일본 고유의 영토이고, 독도를 한국이 불법으로 점령했다’는 내용이 담긴다는 것은 중·고등학교 교과서와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일본 사회에 부는 우경화 보수 이념이 한·일 관계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어린이들에게까지 배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교도통신은 4일 “교과서 작성 지침인 초등학교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는 다케시마(일본이 독도를 이르는 명칭)나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면서 “초등학교에서도 영토 문제를 교육시키는 흐름이 정착됐다”고 보도했다. 출판사들이 알아서 독도에 관련된 일본의 주장을 포함시켰고, 이는 전반적인 일본의 보수 우경화가 반영된 결과라는 얘기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지난 1월 근현대사를 다룰 때 ‘정부 견해의 존중’을 요구하는 내용으로 검정 기준을 개정했고, 중·고교 해설서에서는 ‘다케시마·센카쿠 열도’에 대해 “고유의 영토”라고 명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조만간 신청할 중학교 교과서부터 적용돼 앞으로는 정부의 뜻이 그대로 교과서 기술에 반영되는 경향이 강화될 전망이다.
◇한층 명확하고 강해진 독도 영유권 주장=2010년 검정을 통과한 5·6학년 사회과 교과서에도 이미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주장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전체 교과서 가운데 니혼분쿄 출판사의 5학년 교과서에만 “한국이 불법으로 점거하고 있다”는 기술이 등장할 뿐 나머지는 지도에 일본 영토로 표기하는 방식을 취했다.
하지만 이번에 검정이 통과돼 내년부터 사용할 교과서는 모두 지도 표기 및 기술이 포함돼 있다. 기술 내용에 “독도는 일본 고유의 영토” “한국이 불법으로 점령(또는 점거)” 등이 공통적으로 들어가 있다. 일부 교과서에는 “한국의 ‘독도 점거’에 관해 일본 정부가 항의하고 있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지도에도 독도를 ‘다케시마’로 표기하고 독도 좌측에 국경선을 표기해 일본 영토에 포함시키는 방식으로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을 담고 있다. 그나마 교육출판의 5학년 교과서는 “평화적 해결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나머지는 그 내용조차 없다.
이번에 통과된 3·4학년 교과서는 지역사회를 다루는 내용들이라 영토 문제에 대한 기술은 없다. 하지만 3·4학년 교과서 중에도 2종은 지도 속에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을 담고 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4학년 이상에서 사용되는 교과용 지도책은 2종 가운데 1종이 독도가 일본 고유 영토이며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주장을 반영했다.
◇역사 왜곡 그대로…위안부 관련 언급 없어=역사 관련 기술은 2010년 통과본과 같이 일본의 역사적 잘못에 관한 부분을 축소하거나 외면했다. 주목됐던 일본군 위안부 관련 기술은 여전히 모든 교과서에서 없었다.
도쿄서적 6학년 교과서는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일본의 승리는 구미 국가에 일본의 힘을 인정하도록 해 구미 제국의 지배에 고통받는 아시아 나라들에 용기를 줬다”고 기술, 일본 일부 우익들의 역사관을 되풀이했다.
미쓰무라도서의 교과서는 재일 조선인 6000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간토(關東) 대지진 조선인 학살과 관련해 현행 ‘수천명의 조선인이 살해되었다’는 부분을 ‘다수의 조선인’으로 표현을 수정했고,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조선 침략도 ‘출병(出兵)’이라고 적었다. 이 교과서는 한·일 우호의 상징인 2002 월드컵 공동 개최 사실도 삭제했다.
◇일본의 교과서 검정제도=민간 전문가와 교과서 회사가 집필·편집한 원고 단계의 교과서 기술을 문부성이 심사하는 제도다. 문부성의 ‘교과서검정심의회’는 교과서 기술이 이른바 학습지도요령과 검정 기준에 의거해 객관적으로, 적절한 교육적 배려 하에 쓰였는지를 심사해 합격 여부를 결정한다. 일본 정부는 학습지도요령의 범위 내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교과서에 기술할 것인지는 집필자 또는 발행자의 판단에 맡긴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
[日, 독도 영유권 도발] 日, 초등생에게까지 ‘영토 왜곡’ 우경화 교육 노골화
입력 2014-04-05 03:09 수정 2014-04-05 15:30